한강다리 모두 막혀…여관 초만원|차는 거리에 놔둔 채 걸어서 다리건너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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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승화 계엄사령관이 계엄군에 의해 연행된 12일 밤 서울시민들은 일부교통통제로 의아해했으나 13일 상오 발표된 국방부장관명의의 특별담화를 듣고는 다소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퇴근길을 서두르던 시민들은 12일하오8시를 전후해 강남·북을 잇는 11개 모든 다리의 통행이 통제되어 당황했다.
특히 사건현장부근인 한남동「로터리」에서 제3한강교에 이르는 길은 경찰과 군 병력에 의해 한때 완전 차단 돼 이 부근에 사는 주민들은 집에 들어갈 수 없어 인근 여관「호텔」등에 투숙했으며 신문사·방송국 등 보도기관에는 밤새도록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한남동일대>
사건직후 남산 제1호 「터널」과 제3한강교가 통행 금지된데 이어 하오8시30분부터는 인근 잠수교, 신당동∼이태원∼삼각지 등지도 차량통행이 금지됐으며 하오9시쯤부터 차도와 인도의 통행을 전면 제한한데다 일대의 가로등마저 꺼져 귀가하는 시민들이 우왕좌왕했다.
경찰은 약수동 고개와 이태원입구 3거리·제3한강교 등 한남동으로 이르는 큰길은 하오 8시30분쯤부터 통행을 막았다.
한편 이 인근의 남산외인「아파트」 「유엔·빌리지」에 사는 외국인들은 집으로 돌아 가려다 한남동3거리에 이르러 경찰의 제지를 받고 되돌아가거나 차를 길가에 세워둔 채 걸어서 귀가하기도 했다.
하오9시40분 한강다리의 통행이 다시 허용됐으나 20분만인 10시부터 13일 상오4시까지 다시 통행이 금지됨에 따라 많은 시민들이 차 속이나 인근 여관·「호텔」등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한강교 주변>
급거 출동한 계엄군은 차량통행을 일체 금지한 채 도보로 강만을 허용, 많은 시민들이 한강 다리 위나 입구도로에 주차시키고 강을 건너 귀가했다.
이 때문에 한강교 주변은 차량홍수를 이뤘다.
일부차량은 강을 건너기 위해 잠수교·제3한강교·한강인도교 등 이 다리에서 저 다리로 헤매다 통금을 맞아 차 속에서 밤을 새웠다.
특히 많은 승객을 태운 시내「버스」들은 제3한강교에서 잠수교, 잠수교에서 제1한강교로 강변도로를 따라다니다 통금을 맞는 바람에 집이 먼 승객들은 「버스」 안에서 밤을 새웠다.
일부승객들은 주변 여관 등을 찾아 투숙해 한강교 양쪽에 있는 여관들은 몰려드는 시민들로 초만원을 이뤘다.

<잠실일대>
잠실대교는 하오9시30분쯤 차량통행이 금지되고 「바리케이드」 가 다리북쪽에 설치되자 순식간에 5백여 대의 각종차량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다리를 지키던 초병들은 차량만 통행을 금지시켰을 뿐 차에서 내려 다리를 걸어서 건너는 시민들은 아무런 검문이나 제재 없이 자유롭게 통과시켰다.
차량행렬의 뒤쪽에서 1∼2시간씩 초조히 기다리던 일부 승객들은 성급히 주변여관을 찾는 모습도 보였다.
다리를 건너는 시민들은 초병들을 붙들고 『도대체 무슨 일이냐. 언제까지 다리가 막히겠느냐』 고 물었다.
한편 초병들은 하오11시30분쯤 대형「트럭」3대를 옆으로 세워 차량「바리케이드」를 만들기도 했다.

<보도기관>
각 언론기관들은 이번 사건의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해 문의전화에 『군의작전이 있는 것 같다』 고만 응답해줄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군부대 이동소리 때문에 통금전후부터 잠이 깬 정릉동· 통일로 주변주민들은 『전쟁이 난 것이 아니냐』며 사실을 빨리 알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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