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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준화」출신 회사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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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무시험 추첨으로 처음 중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올봄 대학을 졸업해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10년이 지났지만 학교차나 과외공부가 해소된것이 아닙니다. 학교별로무시험 진학생을 대상으로 우열반을편성해 오히려 소녀의 가슴에 응어리만지게 했읍니다.』 중학무시험 진학제가 처음 실시된 69년 추첨에따라중학에 들어갔던 남옥남씨(24·여·회사원)의 말이다.
남씨가 입학했던 S여중에서는 1학년때부터 우열반이 편성됐다. 학력차 때문에 도저히 그렇게 하지 않을수 없었다. 열(劣)반의 소녀들은마음의 상처를 받았고 그래서인지 성인이 된 지금까지 중학교동창모임은 이뤄지지 않고있다. 남씨는 무시험진학으로 자신의 학력을 다른학교학생들과 견줄수 없어 진학학교 선택이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과외를 열심히 할수밖에 없었다.
지역별로 연합고사를 실시, 학교를배정하는 고교입시제도가 실시된것은 74학년도부터였다.
중·고교를 모두「배점」에의해 진학했던 김한식군(21·서울대)은 자신들의 세대가「복권당첨의 세대」같다면서 대학입학때는 또 계열별모집제도때문에「선택의 경험」을 전혀하지 못했다고 했다.
「시험지옥으로부터 해방」을 내세운무시험제도가 오히려 과외열풍만을 몰고왔다는데에는 남씨와 김군의 의견이 같다. 김군은 자기학교성적만 가지고 대학을 선정하기가 무서웠다. 김군은 그래서 입시준비를 고교1학년때부러 본격적으로 했다. 중학교도, 고교도 모두 하향식 평준화가됐을 뿐이다. 69년이후 지금까지 중학무시험입학자는 7백22만2천여명이고, 고교 무시험입학자(74년이후)는1백24만3천5백여명.
교련이 교원들을 상대로 조사한 고교평준화의 부작용가운데▲심한 우열차때문에 학습지도상의 애로가 많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며 ▲학력수준의 저하▲우수학생의 학습의욕상실등이 그다음 문제점이었다.
78년 교육개발원이 추천배경에 의해 고교에 진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력평가를 실시한 결과 20.6%가 기초학력 미달자로 밝혀졌다. 「고교평준화」 는 「학력저하평준화」 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본사가 78년 전국남녀고교생 3천7백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고교생의 의식구조」조사결과 고교3년생의83%가 고교입시의 부활을 바라고있었다. 그러나 문교부는75년대구·광주·인천시에까지 평준학정책을 확대했다가 반대여론에 부딪쳐 개선방안을 검토하는등 일단 보류했다가 금년부터마산시등 7개지역에 다시 적용했으며 80학년도에는 성남시등 8개 중소도시에 확대키로했다.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키고 기초학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교입시제도의 부활이 시급하다는것이 교육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김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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