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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10만원대 외국 스마트폰의 역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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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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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10만~20만원대 스마트폰을 잇따라 출시하며 ‘외산폰의 무덤’이라는 국내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던졌다. 소비자 반응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이런 저가 전략이 먹혀들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1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소니코리아는 최근 3세대(3G) 보급형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E1’을 출시했다. 가격은 16만5000원으로 국내에서 출시되는 제품 중 가장 싸다. 가격만 놓고 보면 ‘피처폰’이나 ‘짝퉁폰’ 수준이지만 성능은 제법이다. ‘워크맨’ 버튼과 고성능 스피커를 탑재해 음악감상 기능을 강화했다. 120g의 가벼운 무게에 소니 특유의 매끄러운 디자인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이에 앞서 대만의 에이서는 지난달 3G 전용 스마트폰 ‘Z150 리퀴드 Z5’를 25만9600원에 내놓았다. 대만 에이수스도 롱텀에볼루션(LTE)을 지원하는 패블릿(태블릿과 스마트폰의 기능을 결합한 5인치 정도의 스마트기기)인 ‘폰패드7’을 34만9000원에 선보였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대형마트나 온라인 등에서 판매되는 ‘자급제’ 폰으로 출시됐으나, 주요 이동통신사에서 개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번호이동·장기약정 할인을 받으면 굳이 ‘보조금 대란’을 기다리지 않더라도 공짜로 구입할 수 있다.

 외국 제조사들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국내에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이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격경쟁력을 갖춘다면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일색인 국내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5월 소니가 2년6개월여 만에 한국 시장에 재도전하면서 선보인 ‘엑스페리아 Z2’의 성공도 힘이 됐다. 1차 예약 판매 물량 1000대를 한 시간 만에 모두 판매하는 등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 삼성·LG전자의 제품 외에 외산폰에 대한 수요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장지나 소니코리아 매니저는 “저가폰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일단 한번 사용해 본 소비자들은 ‘다른 안드로이드폰과 똑같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며 “최첨단 기능은 없지만 인터넷·멀티미디어 등 기본적인 기능을 주로 쓰는 소비자는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공 여부를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우선 내장 메모리, 배터리 용량, 데이터 전송 속도 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에서 최신 기능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사후관리(AS)도 국산폰에 비해 미흡하다. 게다가 수시로 쏟아지는 이통사의 불법 보조금도 걸림돌이다. 시기만 잘 맞추면 고가 스마트폰을 3분의 1 가격 이하에도 살 수 있기 때문에 외산폰의 가격경쟁력이 희석된다는 것이다.

 유통망을 쥐고 있는 이통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점도 장벽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삼성전자·LG전자 등과의 관계를 감안해 외산폰을 적극 홍보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그간 한국에서 외산폰이 국내 시장에 진입해서 성공한 경우는 애플 아이폰 외에는 없었다. 모토로라·노키아·블랙베리·HTC 등이 문을 두드렸지만 얼마 못 가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알뜰폰의 등장으로 저렴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려는 ‘실속형’ 소비자가 많아지는 등 저가 외산폰이 파고들 환경이 조성됐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실제 레저·출장 등을 목적으로 별도의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세컨드폰족’이 많아졌고, 중고생들의 스마트폰 수요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석규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저가 외산폰의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분석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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