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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의 한국연구소|「한국학 논문집」 발간|한국학 연구의 태두|「아그노에르」교수 8순 기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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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프랑스」의 한국연구소(Centre d'Etudes Coreenes)가 최근 「유럽」 최초의 『한국학 논문집』(Melangesde Coreanologie)을 펴내 국내외 학계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파리」대 이옥 교수가 전하는바에 따르면 이 논문집은 「프랑스」 한국학 연구의 태두인 「아그노에르」(Haguenauer) 교수의 8순 기념으로 내게 된 것.
「프랑스」뿐 아니라 한국·영국·화란 등지의 한국학 학자의 논문 13편을 모았다. 언어도 다양하여 「프랑스」어가 6편, 영어가 3편, 한국어가 4편 등이다.
세계적인 한국학 학자들의 최근 연구업적을 모은 이 논문집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들의 학문적 관심이 매우 다양하고 폭넓게 뻗쳐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역사에 관한 논문은 「마르크·오랑주」 씨의 『이조시대의 형전』, 박병선 박사(「파리」 도서관)의 『1866년의 불란서군의 한국출정』, 우철구 씨의 『당오전주조에서 근대 화폐주조기도입에 이르는 「묄렌도르프」의 역할』, 이왕 박사의 『고구려의 왕위계승』 등 4편이고 고고학 및 서지에 관한 것이 「프리츠·포스」 박사(화 「라이덴」 대)의 『한국의 채근담』, 김원용 박사(서울대)의 『한국과 중국동북부의 몇가지 청동기』, 백악준 박사(연대명예총장)의 『천마도해소고』, 이병희 박사(학술원회장)의 『경주서봉총출토은합명문고-특히 연호를 중심으로』 등 4편으로 가장 많다.
또 국어국문학에 관한 내용으로는 『「다니엘·부셰」 씨의 『남정기에 관한 김춘택의 언급에 대하여』를 비롯, 「앙드레·파브르」 교수의 『한국어의 친족지칭어의 언어구성』, 이기문 교수(서울대)의 『중세한국어의 모음체계』, 「스킬런든 박사(영「런던」대 교수)의 『임신록에 나타난 주격표현』 등이 있다.
이밖에 「알렉상드르·길레모」씨의 『한국인의 몸짓·손짓』은 한국인의 태도언어룰 관찰·소개한 이색적 논문으로 관심을 끈다. 「유럽」 한국학계의 소중한 성파로 이왕 박사가 꼽은 몇 개의 논문을 소개하면-.
▲「부셰」 씨의 논문 『남정기에 관한 김춘택의 언급에 대하여』=김춘택이 그의 『배헌집』에 쓴 남정기에 관한 글을 풀이하고 이글의 뜻이 옳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 김춘택이 남정기의 저자라든가 이것이 축첩제도를 비난한 풍자소설이라든가 하는 등의 설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파브르」 교수의 『한국어의 친족지칭어의 언어구성』=2백 47가지로 분류되는 친족을 지칭하는 단어가 1천1백27개나 된다는 것을 지적하여 한국의 친족제도가 복잡하고 다양함을 밝혔다. 그 방법으로 친촉명칭을 부계(1백1종), 부계(1백1종), 모계(26종), 처계(19종)로 구분하여 이중 가장 중요한 부계를 중심으로 연구한 것이다.
이를 언어학의 입장에서 연구함에 있어 조·부·자·손 등 어간이 되는 말, 부·부·모·부·여·수 등 어미가 되는 말, 고·맹·현·종 등의 접두사로 구분하고 이 세가지가 합쳐져 친족호칭의 단어룰 형성하는 양상을 연구, 이 많은 수의 호칭이 결국은 약 30종의 단어를 기간으로 만들어졌다고 결론짓고 있다.
▲「길레모」 씨의 『한국인의 몸짓·손짓』=한국인 특유의 몸짓·손짓을 관찰하여 이를 소개한 것으로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쓰이는 몸, 혀(설), 손과 발의 움직임과 그것이 나타내는 뜻을 살폈다.
Coffee를 「코피」라고 발음하기 때문에 다방에 가서 아무말 안하고 심부름하는 아이에게 손가락으로 코를 가리키면 「코피」룰 가져온다든가 하는 등의 흥미 있는, 그리고 한국 특유의 몸짓·손짓이 잘 소개·설명돼있다.
▲「스킬런드」 박사의 『임신록에 나타난 주격표현』=「런던」대소장의 필사본인 『임신녹』을 토대로 하여 조사「은,는,이,가」를 연구한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이 소설속에 「은」은 1백90번, 「는」(난, 는을 포함)은 31번, 「이」는 7백30번, 「가」는 42번 쓰였다.
이들을 다시 이 조사앞의 단어가 모음으로 끝나거나 자음으로 끝나게 되는 사용예를 지적하고, 「나」와 「이」가 합쳐「 」가 되는 등의 현장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 논문집을 낸 한국 연구소는 「프랑스」 최고의 연구교육기관인 「코레주·드·프랑스」에 소속돼 있으며 1959년 창설되었다.
원래는 「파리」대문과대학(소르본)의 부속기관으로 이 대학한국학과와 함께 「아그노에르」 교수에 의해 만들어졌다. 한국과 일본의 어학과 문화를 연구한 그는 「프랑스」비교언어화의 태두로도 손꼽히며 그는 「파리」 고등연구원 및 국립동양어학교의 한국학 강좌를 개설, 「쿠랑」「달레」 이후의 「프랑스」 한국학연구의 기초를 다졌다.
그의 노력으로 「프랑스」내의 한국학자만 전임교수 6명, 전임연구관 3명, 시간강사 3명 등 12명이 있고 한국·일본에 체재하는 학자가 3명이다. 「아그노에르」 박사는 그를 기념하여 발간한 이 논문집을 보지못하고 77년 12월24일 별세했다. <방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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