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오늘 김영삼 의원 제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여 단독으로 법사위 통과>
여당은 4일 하오 김영삼 총재에 대한 징계안을 본회의에서 전격 발의시켜 법사위에 회부, 여당의원만으로 30초만에 법사위를 통과시켰다. 여당은 이날 중 본회의에서 김 총재를 제명하는 징계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신민당 의원들이 단상을 점거한 가운데 백 두진 국회의장은 하오1시19분, 국회직원들이 사용하는 문으로 의사당에 들어가 『징계안을 법사위에 회부한다』고 말해 발의시켰다. 여당은 본회의 통과 때 야당의 저항을 막기 위해 의장의 경호권 발동을 백 의장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경호권 발동이 여야간 충돌을 유발할지 모른다하여 본회의장소를 바꾸는 방안도 검토했다.

<백 의장, 옆문 입구서 징계안 발의를 선포|본회의 발의>
백 두진 국회의장은 하오 1시 19분 약 30명의 경위들에 둘러싸여 의사당 전면 좌측입구에 들어서 단상쪽에서 여·야 의원들이 맞붙어 대치하고 있는 사이 뭔가 몇 마디를 말한 후 손을 두어 차례 위 아래로 흔들고 퇴장했다.
의장실 측은 백 의장발언이 무엇이었느냐는 보도진의 확인요청에 대해 『김영삼 의원에 대한 징계동의가 발의되었으므로 법사위에 회부돼도 이상 없느냐』는 것과 『그러면 이의가 없으므로 법사위에 회부된 것을 선포합니다』라는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상오 9시5분 본회장 문이 열리면서부터 입장하기 시작한 야당의원들은 의장석과 발언대 및 발언대로 통하는 복도를 점거, 이를 만류하는 여당의원들과 충돌했다. 백두진 국회의장은 상오 10시30분과 11시, 12시 국회 경호들의 호위를 받으며 발의를 선포하려 했으나 야당 의원들의 제로 곧 의장실로 되돌아갔다.
백두진 의장이 세 차례 본회의장 입장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간에 밀고 밀리는 소란이 벌어졌으며 김동영(신민)·박형규(유정)의원간에 멱살을 잡는 육박전까지 벌어졌다. 야당의원들의 단상점거에 맞서 한때 여당의 힘센 의원들이 앞으로 밀려갔었다.
본회의는 최규하 국무총리로부터 정부측 시정연설을 들을 예정이었으나 여야격돌로 시정연설청취를 뒤로 미뤘다. 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본회의에서의 시정연설이이 불가능해지자 상오 10시 30분 퇴장, 11시 20분 국회를 떠났다.

<30초만에 가결선포 야의원 쫓아가 난투|법사위통과>
본회의장에서 대기하다가 한꺼번에 3층 법사위회의실로 올라간 공화·유정법사위원 12명은 하오1시25분 모두 착석했다.
위원들이 착석하자 서상린 위원장은 즉각 개회를 선포, 사회봉을 두드린 후 『김영삼 의원 징계동의안을 상정한다. 회의는 비공개로 한다. 관계자이외는 전원 퇴장하라. 제안설명은 유인물로 대체한다. 김 의원에게 변명의 기회 주었으나 듣지 않았다.
이것으로 가결을 선포한다. 산회한다』는 말을 30초만에 일사천리로 끝내고 김 총재의 제명을 가결했다. 회의가 끝난 후 공화·유정법사위원들이 복도로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중 뒤늦게 최형우·김동영 의원 등 신민당의원 등이 달려가 『이 개××들. 이래도 국회냐』고 고함을 치며 서 위원장의 멱살을 잡으려하자 여당의원들이 가세, 난투극을 벌였다.
여당의원들이 복도에서 피해. 뿔뿔이 헤어지자 김동영 의원은 법사위회의실 위원장 명패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등 흥분을 감추지 못했으며 이어 한병심 이택돈 허경만 의원들이 회의실로 들어가 『이럴 수가 있느냐. 본회의장으로 가자』며 흥분한 김 의원을 데리고 나갔다.
법사위가 열리는 동안 유정회의 김세배·김윤환 의원과 공화당의 이준섭·하대돈 의원이 법사위원석 뒤에 마련된 일반 의원석에 앉아 회의광경을 지켜봤다. 법사위회부가 이같이 결정된 직후 김영삼 총재는 의원식당에서 식사를 하며 『내가 뭐라 할 말이 있겠는가』고 했으나 이어 『한마디로 말해 이 나라의 주인은 분명히 국민인데 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심경을 밝혔다.
법칙처리가 끝난 후 최영희 유정회총무는 『변호권발동을 가급적 억제하고 유혈극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취한 조치였다』면서 『오늘 중 본회의 처리를 마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소식통은 본회의처리과정에서는 경호권의 발동과 본회의장소를 이전하는 문제가 검토되고 있으나 야당의원들이 계속 본회의장을 점거해 정상적인 의사진행이 불가능해질 경우 경호권을 국회경위들만의 경비아래 다른 장소에서 처리하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짙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