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매력공세 … "가치 올라간 한국, 6자회담 주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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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차관급·오른쪽)과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본사에서 ‘한·중 정상회담 성과와 과제’에 대해 대담했다. 윤 원장은 일본 게이오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국립외교원 전신인 외교안보연구원에서 20여 년간 근무하다 지난해 원장에 임명됐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은 김 교수는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등을 거쳐 아주대에 몸담고 있다. 한·중 전략대화에 참여하는 등 대표적 중국 전문가로 꼽힌다. [김성룡 기자]

시진핑(習近平·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은 방한 기간 중 ‘매력 공세(charm offensive)’를 쏟아부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일보 진전한 북핵에 관한 언급, 경제 분야에서의 성과, 서울대 특강에서의 이순신·김구·윤봉길 예찬, 동행한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의 소프트 외교, 그리고 판다라는 선물…. 이전과는 사뭇 다른 패턴이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과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대담을 통해 시 주석 방한을 평가했다.

 ▶윤 원장=“한반도 핵무기에 확고히 반대한다고 한 것은 북핵 불용 원칙을 포함시킨 것이다. 시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을 만나지 않고 한국에 온 것은 경고의 메시지다. 북·중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이 4차 핵실험을 하지 않거나 핵 문제 해결에 진정성을 보이는 것인데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니 한국을 먼저 온 것이다.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국이 6자회담을 주도할 적기다.”

 ▶김 교수=“시진핑 체제가 들어선 뒤 중국은 북핵이 얼마나 큰 위협인지 재인식하고 있다. ‘확고한 반대’라는 개념이 등장한 배경이다. 다만 공동성명에 담긴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표현은 북핵에 대한 반대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핵무장이나 한·미 동맹으로 한국에 핵이 유입되는 것도 확고히 반대한다는 뜻이다. 중국이 북핵 해결을 위해 얼마만큼의 역량을 투입할지도 의문으로 남아 있다. 아쉬운 점은 북·중 간에 의견차가 있고 한국이 전략적 유용성을 즐기는 지금 시점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억지 체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지 않은 것이다.”

 - 2기 외교안보팀의 대북 정책 방향은.

 ▶윤 원장=“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에 북한 핵실험과 군사 도발이 있어 억지력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이는 응급조치적 성격이 짙고, 이제 후반으로 가면서 북한 변화를 이끌 신뢰 프로세스가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우리가 북한보다 우위에 있는 상황을 활용하기 위해선 남북 접촉 강화가 필요하다. 임기 말에 시도한다면 늦고, 지금 시동을 걸어야 한다. 중국과의 전략적 대화 채널 등을 잘 이용해 북한 문제를 한·중 공동의 이익 속에서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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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대응은 어땠나.

 ▶윤 원장=“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우려는 법적인 부분이 아니라 아베 총리의 역사퇴행적 입장과 연계해서 갖는 우려다. 하지만 제로섬 식으로 한쪽을 선택하는 건 손해 보는 외교다. 한·중이 손잡고 야단쳐 봤자 일본 내부의 반발만 커질 뿐이다. 위안부 피해 문제에 대한 학술적 연구나 토론을 함께할 순 있지만, 한·중이 한편이 돼 일본을 압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김 교수=“미국은 중국의 불확실성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한·미·일 공조를 이용하려 한다. 일본은 중국 견제에 앞장서 스스로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한국은 중국편’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정상회담에선 중국이 일본과 관련해 우리가 비용을 치러야 하는 껄끄러운 제안들을 했지만, 서로 양해해서 잘 피해갔다. 그런데 막판에 비공개 특별오찬 내용이 공개되면서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우리 외교의 섬세함과 공백의 여지를 감소시켰다. 일본이 만들어 놓은 전략적 구상에 맞는 모습을 보여 불필요한 외교적 부담을 초래했다.”

 -경제나 양자 관계에서 정상회담의 성과는.

 ▶윤 원장=“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경제분야다. 시 주석과 동행한 대규모 경제사절단의 활동에서 한·중 경제관계의 긴밀함과 잠재력을 볼 수 있었다. 시 주석 입장에서도 경제적 활로를 터 국내 정치의 어려움을 해소할 필요성이 컸다. 양국관계에선 전면적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의 격상이 논의됐지만, 우리로선 한·미 동맹을 고려치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 한·중 관계는 최상이다. 용어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김 교수=“양국 관계에 ‘전면적’을 붙이면 안보 행동을 같이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부담이 있었다. 민감한 상황을 고려해 ‘성숙한’으로 타협한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을 제외하곤 중국이 먼저 관계 격상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경제와 인문교류 등 미래지향적으로 한·중 관계의 기초가 되는 분야에는 많은 합의가 있었다. 중국 입장에선 부분적인 것을 한국에 내주더라도 큰 그림에서 대내외에 한·중 관계가 얼마나 좋은지 과시할 수 있기를 바랐고, 그 목적을 달성했다.” 

정리=유지혜·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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