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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2018, 평창” 그후 3년 … 안녕하지 못한 평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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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호 31면

3년 전 오늘, 자크 로게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을 호명했다. 두 번의 고배를 마신 후라 더 달콤한 승리였다. 그러나 로게 위원장은 뼈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파티는 빨리 끝내라. (개최까지) 7년은 길지 않다.” 그리고 지난 2일 평창. 2월 대회를 마친 소치 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결산 보고인 디브리핑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귀에 맴돈 건 3년 전의 환호가 아니라 로게 전 위원장의 충고였다.

우선 경기장 건설 지연이 큰 골칫거리다. 올림픽 개막일은 2018년 2월 9일이지만 경기장은 2016년 10월까지 완공해 시범 경기를 치러야 한다. 겨우 2년 남짓 남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현실은 막막하다. 지난 2일 빙상 경기장 건설 예정지 인근 강릉 궁도장에서 국내외 기자단을 맞이한 건 무성한 잡초 속 허름한 간이 닭장이었다. 경기장 건설 계획을 브리핑한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완공은 2017년을 넘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사후 활용 방안을 놓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강원도 측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미국인 기자는 닭장을 가리키며 “평화롭기 그지없네”라는 농담을 던졌다. 공사에 진척이 없다는 점을 꼬집은 셈이다.

반면 지난해 2020년 여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일본 도쿄는 어떤가. 주경기장이 될 국립종합경기장은 지난 4월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다. 지난달엔 올림픽 특수를 노렸다는 52층 복합빌딩 도라노몬힐스가 개장했다. 도시 전체가 올림픽 준비를 착착 진행시키는 모양새다.

평창은 선수 양성 역시 고민이다. 자국 선수 선전 없이는 막대한 세금을 들여 남의 나라 잔칫상을 차려 주는 것밖에 안 된다. 드미트리 체르니셴코 소치 조직위원장이 “자국 선수가 메달을 따야 국내 흥행이 된다”며 선수 양성을 핵심으로 꼽은 이유다. 김연아 선수도 은퇴한 2018년 평창에 태극기가 얼마나 올라갈 수 있을까 의문이다.

이런 연유인지 김진선 평창 조직위원장의 얼굴에도 고단함이 가득했다. 행사에 참석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평창을 믿는다”고 힘을 실어줬지만 스폰서십 목표액 8000억원 달성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여기에 최근 문동후 조직위 사무총장의 급작스런 사임을 두고 내부 갈등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내우외환이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스런 건 평창 측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IOC와 평창 조직위 사이 가교 역할을 하는 한 유럽계 위원은 “평창 측에서 놀라울 정도로 솔직한 태도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며 “이는 효율적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귀띔했다.

현장에서 만난 바흐 위원장은 “요즘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 인사를 열심히 연습 중”이라며 “그런데 그 말의 뜻이 뭐냐”고 물었다. ‘아무 탈 없이 평안하다’는 사전적 의미를 전했더니 그는 “평창, 안녕하세요”라고 되뇌었다. 2018년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4년. 이젠 우리 스스로에게 자문해봐야 하지 않을까. “평창, 정말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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