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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보환자 푸대접 더 심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의료보험의 확대·개선이후 대부분의 병·의원에 보험환자들이 전보다 훨씬 많이 몰려들자 일손 부족으로 보험업무를 신속히 처리하지 못해 환자들을 더욱 기다리게 하는가하면 일부 의료기관의 보험환자에 대한 푸대접행위가 늘고있다.
보사부는 일부 종합병원에만 몰리고 있는 의료보험환자를 분산시키고 환자의 편의를 위해 7월1일부터 보험환자요양취급기관(진료기관)을 전체 병·의원으로 확대했으나 일부의원들은 보험환자수용태세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으며 일부 종합병원에는 환자들이 더욱 늘어나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관계전문가들은 각 의원들이 의료보험환자들을 제대로 수용하려면 ▲의료시설을 개선해 일부 의원에 대한 불신감을 씻고 ▲보험전담사무원을 늘리며 ▲보험환자에 대한 불친절한 태도를 버려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보험에 가입한 유모씨(42·회사원)는 지난달 30일 배가 아프고 설사가나서 서울 관훈동 H의원에 가서 원장 최모씨에게 진찰 받겠다고 했더니 여자사무직원이 『의료보험환자는 원장이 안 보게 돼있으니 다른 의사의 진찰을 받으라』고 쏘아붙였다.
유씨는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 원장에게 진찰을 받아야겠다』고 했더니 사무직원 『그러면 일반환자로 진찰을 받으라』고 했다.
유씨는 할 수 없이 원장에게 일반환자로 진찰을 받았더니 진료비 8천 원을 요구했다.
서울 잠실동 김재언 씨(32)는 인근 S산부인과 의원에 지난달 4일 분만을 위해 입원을 했으나 의원 측에서 의료보험환자라는 이유로 환자복과 침구도 주지 않고 침대「시트」도 갈아주지 않는 등 푸대접을 했다.
김씨가 이에 대해 항의했더니 의원 측은 『보험환자는 침구를 가지고 와야 한다』고 말하고는 퇴원 때까지 의사의 회진이 한번도 없었다.
보호자용 의자를 달라고 했으나 이것도 거절당했다.
서울 서초동 삼익「아파트」 민덕자 씨(37·여)는 지난달 24일 소화가 안되고 배가 아파 사간동 S내과에 가서 의료보험 「카드」를 내밀고 진찰을 받았으나 담당의사는 『의료보험 숫가가 낮아 큰일났다. 변두리 의원에서는 보험환자에게 밀가루로 약을 지어주니 의료보험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등 불안감을 주는 말을 하며 은근히 일반환자로 진료 받을 것을 유도했다.
서울 한남동 이연자 씨(32·주부)는 지난달 13일 몸살로 N내과(서울 보광동)에서 주사 1대를 맞고 약 1일분을 조제 받은 뒤 의료보험 「카드」를 제시했으나 사무직원은 『왜 이제「카드」를 내느냐』며 일반환자 숫가인 4천 원을 다 내라고 하여 할 수 없이 지불했다.
서울 상도동 김순실 씨(53)는 동생이 인천의 모의원에 입원해있어 가보니 보험환자라는 이유로 「슬리퍼」와 물주전자도 주지 않고 식사도 일반환자에 비해 형편 없더라며 보험환자를 취급하는 전담 사무직원도 없어 불편이 크다고 했다.
의료보험 확대실시 이후도 보험환자의 종합병원집중현상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에는 7월 이전에 하루 1천5백여 명이던 외래환자가 2천여 명으로 늘었고 보험환자도 20%(3백여 명)에서 30%(6백여 명)로 늘었다.
성모병원도 보험환자가 7월 들어 20%늘었고 고려병원도 10%, 서울대병원은 하루 1백50명이 늘어 보험전담 직원을 늘리거나 사무를 「컴퓨터」로 처리할 계획이다.
서울 행당동 한정애 씨(29·여)는 『종합병원이 의원급보다 시설이 좋고 약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 것 같아 종합병원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용두동 S외과의원 사무장 전모씨(52)는 『의료보험확대실시 이후 환자가 크게 늘어난 데다 숫가가 낮고 사무가 복잡해 보험환자가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의료관계전문가들은 의료보험확대에 따른 이 같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원급에 대한 정부의 육성책을 마련, 시설개선과 의료진 확보를 서두르고 ▲의료감시를 통한 보험환자 푸대접 사례를 근절하며 ▲의원급의 진료비 신청절차를 간소화하고 ▲가벼운 증세의 외래환자들은 가능한 한의원을 찾도록 계몽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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