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시진핑 방한 전날까지 로켓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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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 하루 전인 2일 북한이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300㎜ 방사포(다연장 로켓)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이 2일 오전 6시50분과 8시를 전후해 원산 일대에서 2발의 발사체를 쐈다”며 “지난달 26일 쏜 300㎜ 방사포와 같은 종류로, 원산에서 45도 방향으로 180여㎞ 날아가 북한 영해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민간 어선들의 대피를 알리는 항행금지 선포를 하지 않았다”며 “우리 군이 지상감시레이더로 발사를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2월 21일 방사포 4발을 쏜 것을 시작으로 이 지역에서 올 들어 300㎜ 이상 로켓이나 미사일을 12차례(97발) 발사했다. 북한은 3월 26일 이후 3개월 넘게 장거리 로켓 발사를 중단했다. 그러다 지난달 26일 발사를 재개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발사한 방사포와 미사일은 이미 개발이 끝난 무기여서 성능 개량을 위한 시험발사라기보다 정치적 의미를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평양보다 서울을 먼저 찾는 시 주석의 방한을 앞둔 시점에 집중적인 발사가 이뤄지고 있어 일종의 무력시위로 불만을 드러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최근 원산 인근에 머물고 있어 이번 미사일과 방사포 발사를 직접 지휘했을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한·중 간 화해협력 분위기를 만들더라도 자신들이 군사적인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일종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행동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일 합참의장이 이날 오전 5시(한국시간) 처음으로 회동해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협의한 것에 대한 견제 차원일 수도 있다. 지난 3월 26일 한·미·일 정상회담 시작 시간에 맞춰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같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3국 합참의장은 이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밀히 공조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 방한 이후 양국 국방부 공보라인도 공식적인 교류를 시작하기로 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중국 겅옌셩(耿雁生) 대변인 등 중국 국방부 공보 당국자 6명이 7일부터 2박3일 동안 한국에 온다”며 “시 주석 방한을 계기로 올해부터 한·중 간 국방부 실무 차원의 교류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실 대표단은 방한 기간 국제평화지원단과 도라전망대, 국방홍보원 등을 방문해 우리 군의 해외파병 준비와 남북 분단 현장 등을 경험한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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