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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지폐의 수명은 8∼9개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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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 만원권이 15일 선을 보였다. 해방이후 40번째 태어나는 돈(지폐)이다.
새지폐는 엄격한 산고를 거쳐 빳빳한 새돈으로 태어나지만 1년남짓 인간의 허리춤에 매달려 다
니다 죽어간다. 돈의 일생을 살펴보자.
자금운용계획에 따라 한국은행에서 화폐발행계획이 짜여지면 대전과 경산의 조폐공사에서 돈의
출산작업이 시작된다.
충분한고증을 거쳐 도안사의손으로돈의 얼굴이 그려지고 갖가지 무늬로 치장되는등 적외선경보
장치와 무장경비원들의 엄격한 비밀보호속에서 돈이 태어난다.
특히 위조를 막기위해 각별한 신경을 써야한다. 고액권에는 햇빛에 비쳐야 형체가 드러나는 강
서가 그려넣어지고 자외선을 쬐면 발광하는 특수섬유가든 지질을 사용, 현미경으로나 판독할수있
는「한은」이라고 작게 쓰여진「플래스틱」끈을 집어넣는다.
인쇄가 끝난『돈종이』는 엄밀한 검사를 거친다. 티끌만한 실수가 있어도 가차없이 폐기된다.
합격된 것에 한해서 돈의 자격을 부여받는 한은총재인이 찍혀지고 세상 단1개밖에 없는 고유번호
가 찍혀진다.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번호를 받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 이돈은 돈이 아니다. 현송차에 실려 한은본점과 전국 13개지점의 금고속에 쌓였다
가 필요한 자금방출계획에 따라 출납부 창구를 통해야 비로소 진짜 돈이 된다.
이사람 저사람의 호주머니를 돌아다니며 인간의 갖은 희비를 연출해내는 돈의 수명은 권종에따
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8∼9개월이 고작. 요행히 화폐수집상의 손에 들어가 후대를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기몸에 지닌 기호·숫자와 함께 죽어야한다. 한국은행 출납부 정사과의 6백여명이
나 되는 여행원들이 돈의 건강진단에 나선다. 이상이 없는 일부는 다시 세상에 돌려나오지만 나
머지는 몸통양쪽에 직경3cm가량의 구멍이 뚫린다. 돈으로의 기능이 끝나고 폐지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휴지가된 헌돈뭉치는 한달에 2차례씩 모여졌다가 경기도문사에 있는 용해공장으로 운반
돼 양잿물 솥에 던져져 19시간동안 끓인다. 돈들은 형체도 없이 한뭉치 섬유질로 남게되고 이것
은 다시 제지공장에 근으로 팔아 넘겨진다. 돈의 일생이 끝난 것이다.
이렇게 죽어가는 돈이 지난한해동안 6천5백40억원, 5t「트럭」으로1백30「트럭」분에이른다. 이
돈을 재발행하려면 자그마치 69억원이 든다.
화폐발행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난히 돈을 험하게 써 평균수명도 선진국에 비해 1∼
2개월 짧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지질도 돈의 감촉보다는 질겨서 잘안떨어지는 쪽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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