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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의 기본적인 재편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5월중의 주요경제 지표는 생산둔화·재고증가·수출부진등 불황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여실
히 보여주고 있으나 물가의 상승세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현저한 모순을 보이고 있다.
생산·출하·물가와 통화량·국내여신·국제수지등 주요동향이 어떤 방향을 체계적으로 시준하
기 보다는 각각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같은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은 경제가 매우 어려운 국면에 접
어들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처럼 정세가 급변할 때는 시차가 큰 통계지표를 가지고 정책을 다뤄가지고서는 사후축방문격
이 되기 쉽다는 점에서 정책은 보다 현실을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탄력성을 얻어야 할 것이
다.
무엇보다도 율산의 도산에 이어서 또다른 종합상사인 삼화(한생)계열이 도산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개별기업문제나 해당 은행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들 종합상사의 문제는 다름
아니라 수출정책의 근간에 대한 도전인 동시에 오늘의 산업과 성장이 내포하고 있는 본질적인 문
제점의 표면화라고 보아야할 성질의 것이다.
동시에 고율성장·고율수출의 빛에 가려 축적되고 있던 재정·금융상의 허점을 노출시키는 과
정의 한 국면으로 이해할 성질의 것이다.
이러한 중대한 질적 변화나 모순을 한낱 개별기업의 문제나 또는 금융상의 문제로 가볍게 평가
하려는 것은 지나치게 경제통계에 안주하려는 정성의 산물이 아닌가 반성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사태가 매우 큰 여파를 파생시킬 공산이 크다고 보는 것이며, 때문에 종합상
사들의 자금난이나 도산문제를 수출과 성장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라는 높은 차원에서 본격
적으로 다뤄야 할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해서 정책당국은 개별부처의 처지를 떠나서 이른바 국민경제적인 차원에서 난국을 타
개한다는 자세를 보여야 할줄로 안다. 솔직히 말해서 오늘의 상황은 체계있고 책임있게 사태를
수습해 나간다는 자세보다는 형식적이고 명분적인데 집착하고 있는 듯 하다는 비판을 받을만하다
는 것이다.
성장과 안정을 일도양단 형식으로 선택하기 전에 기존산업과 기존수출기반을 붕괴위기로까지
몰고 갈 수는 없다는 건전한 상식이 먼저 존중되어야 하겠다. 이런 각도에서 오늘의 사태를 평가
한다면 안정우선이다, 수출과 중화학을 포기할 수 없다하는 일반론에서 맴돌만큼 국내경제가 안
이한 상황에 있지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 종합상사의 부분적인 도산이나 심각한 자금난은 경기의
장래를 예고하는 선행지표로서 받아들여야할 충분한 체질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므로 이를 근거로
경제정책을 다시 한 번 재편성하는 작업이 서둘러져야 할듯하다.
또 지금과같이 경제부처마다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을 뿐만아니라 이경조정에 시간을 소모해
가지고서는 실효있고「타임리」한 정책을 집행할 수가 없다. 또 무정견이나 책임회피적인 자세,
그리고 생색내는 일에만 열중하는듯한 인상을 주는 부처도 없지 않은 것은 어려운 국면에서 바람
직한 자세라고는 할 수 없다.
필요하다면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경제를 효과적으로 타개해 나갈수 있는 정책추진체를
새로 구성해서 재량권을 대폭 부여함으로써 소신 있는 정책전개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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