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당수들의「스타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야당의 대여투쟁 강도와「스타일」은 당수에 따라 좌우되어 왔다.
강경일변도의 윤도선씨 같은「스타일」이 있었는가하면 「사꾸라」소리까지 들으면서 탄력성과 유연성을 보인 진산「스타일」이 있다.
신민당에 김영삼체제가 들어서는 것만으로 정부 여당쪽에서 긴장과 경계의 빛을 보이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무리가 아니다.
『개헌만이 살길』이라며 「아스팔트」로 질주했던 김총재시절의 신민당을 경험한 정부-여당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일지 모른다.
항상 강경노선만이 선명하고 최선이며 온건노선은 불선명하고 비선이란 등식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지만 당수의 사고·행동방식·경륜에 따라 야당의 위치와 행동반경이 다르게 나타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63년 민정이양 이후 지금까지 야당을 이끌어온 지도자는 윤보선·박순천·유진우·유진산·김홍일·김영삼·이철승씨등 7명.
63, 67년 두차례의 대통령선거때 공화당의 박정희후보와 맞섰던 윤보선씨의 주장은「현체제부정」에서 출발했다. 그의 이같은 주장은 투쟁 방법을 자연히 강경일변도로 몰았다.
가두「데모」, 의원직사퇴에서 엿볼수 있는 그의 강경노선은「아파치」추장이란 별명이 붙여졌을 정도.
타협과 양보를 모르는 그의 자세는 민정당과 신한당의 분가창당에서 볼수있듯이 누구와의 결별도 서슴지 않았다.
「선명」을 앞세운 김영삼총재의 강경노선이 어느 면에서는 윤씨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 볼수 있다.
윤씨의 뒤를 이어 여자의 몸으로 야당 영수가 된 박순천씨의 경우는 반대로 「현실긍정론」.
박씨는 한일협정 반대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한 윤씨의 태도를『오도된 지도노선』이라고 규정하고 국회복귀를 택했다.
유진산씨의 거센 입김을 받았던 박씨의 현실긍정론이야말로「참여하의 개혁」을 주장한 이철승전대표의 선행지표가 됐다고도 할 수 있다.
박씨의 현실 긍정으로의 대여투쟁 궤도수정이 있은후 대통령과 여당당수의 면담이 처음으로 실현됐고 이 면담은 이후 유진우당수를 빼고 진산·김영삼·이철승시대에 계승됐다.
민중당의 대통령후보로 영입되어 정치에 발을 들여놓아 67년 통합야당인 신민당창당과 동시에 당수로 옹립된 유진우씨는 형식과 격식을 원칙못지 않게 중시했다.
성명서 하나를 작성해도 문맥 하나하나를 대변인에게 지시했다.
윤씨와 유씨 밑에서 대변인을했던 김수한의원은 윤씨가 성명서의「뼈대」에 관심을 둔 반면 유씨는 골격보다 문맥에 더욱 신경을 쓰는 듯 했다고 설명했다.
유씨는 한국적 정치풍토 하에서는 끝내 소신을 다 펴보지 못하고 3선개헌의 소용돌이 속에서 얻은 신병으로 3년만에 당수직을 사퇴하고 말았다.
유씨의 뒤를 이은 유진산당수야말로 한국야당사에 가장 일화를 많이 남긴 정치인.
「긍정속의 부정」은 독특한 진산의 현실참여 이론이었다.
진산은 인생을「골프」에 비유했다.
「골프」를 치는데 있어 자세가 가장 중요하듯 인생에 있어서도 자세가 중요하다는 논리였다.
「사꾸라」란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는 자신을 변명하지 않았고 반대세력에 대해 싫은 내색은 물론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관대했다. 그의 앞에서는 국회의원들도 무릎을 꿇지 않을수 없었을 정도로 권위가 있었다.
71년5월 진산파동으로 졸지에 당수가 된 김홍일씨는 전형적인 무인「스타일」. 김씨는 대부분의 정치문제를 김재광총무에게 일임했을 정도로 초연했고 10월 유신패는 성명을 발표하자는 주위의 권유에『내면 뭘 하느냐』고 할만큼 무관했다.
성실하고 공사가 분명했지만 대인관계가 너무 단조로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진산의 뒤를 이어 74년 최연소 야당당수가된 김영삼씨는 안가려는 말을 끌고가는「스타일」로 독주하다가 76년 당권을 내놓은뒤 3년간 민주회복과 선명이라는 일관된 간판으로 고고히 지내던중 이번에 「롤·백」했다.
한번 믿으면 겁이 날만큼 모든 것을 맡겨버릴 정도로 대범하고, 일단 결정한 일은 누가 뭐래도 밀어붙이는 고집이 있다.
「중도통합론」과 「참여하의 개혁」으로 일관했던 이철승씨는 선이 굵은 것 같으면서도 섬세하고 치밀하다. 끈질긴 집념과 행동력이 그의 무기.
그의 재임 2년8개월은 여야관계가 그 어느때보다도 원만해 정국도 유신이래 가장 조용했다.
이제 김영삼체제의 두 번째 출범에 즈음해 그의 독특한 정치「스타일」이 얼마나 세련되게 그동안 변천된 정치현실에 투영될것인지가 관심을 모은다. <고흥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