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정책」과연 순탄할까....|「현실」과「개혁」의 조화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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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의「김영삼 시대」부활이 정국긴장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체제 안정이라는 정부·여당의 목표와 김총재의 선명·강경노선 간에 층돌 가능성이 개재해 있고 이것은 어떤 파고를 몰고 올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총재는 애당초 이번 전당대회의 성격을「당권도전 아닌「정권」도전으로 규정하고 재야민주세력 규합 ▲ 탈정 개선 긴급조치 9호 해제 구속인사석방 인권문제해결 등을 공약했다.
더군다나 이번 당권탈퇴시점에서 당외 재야인사가 적극적 지원군으로 참여한 점은 그의 노선에 하한선을 그어 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망을 포기하지 않는 자세 때문에 선명 쪽으로 분류돼 온 김총재 자신이 기회 있을 때마다 투쟁을 택하는 성향을 드러내 온 것은 사실이다.
특히 지난번 총선의 1·l% 승리는 그의 선명노선을 뒷받침하는 무기가 됐고 이를 반영한 백두광파동에서 한가닥 자신을 갖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번 대권승리가 김총재의 당내정치 역량보다는 재야지원군에 더 힘입었다고 볼 때 신민당내에 재야의 상당한 「입김영역」이 확보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김총재 나 재야의 의욕이 추진될 수 있는 소지가 현재의 신민당에 과연 존재하느냐는문제가 있다.
정치개선의 이정표는 제시할 수 있다. 그렇지만 투쟁의 지휘관과 주력사이에 너무 큰 간격이 벌어진다면 성취의 확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개편대회과정을 통해 이철승 전대표의 중도통합론 비방되고 당원들이「안주」보다「전진」을 선택했지만 현실을 전혀 외면할 수 없다는 경계도 있었다. 이 전대표를 중심으로 한 고흥문 류치송 계충환 신도환씨 등 현 보수주의노선에 절반을 약간 미달하는 3백67표의 지지가 있었던 것은 현실과 안정을 경시하지 말라는 의사표시일 수 있다. 원내세력으로 볼 때는 오히려 현실안주 쪽이 다수이다.
당 지도체제로 환원해서 김총재에게 전권과 책임을 맡겼으나 독주는 어렵다.
지난 74년부터 76년 사이 개혁가도를 질주하다 당내 기반의 교란에 봉착했던 일은 김총재에게 하나의 교훈이 돼있다. 당내에서 뿐 만 아니라 월남 궤멸 후 국민에게 팽배해진 안보와 안정의식도 전혀 영향이 없었다곤 할 수 없다.
5·16 공화당 정귄과 대항하는 세력의 집결체로 활발한 신민당에는 색깔과 성격이 상이한 여러 계 가 있고 「스타일」과 개성이 다른 인사들이 섞여있다.
그동안 명실상부한 동질체로 화합되지 못했다는 것은 존재양식이 잡다하다는 반증일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일지 모르나 새로운 「김영삼 시대의 출발점은 여기다. 국회투쟁을 비롯해 반여· 대정부 관계가 일거에 일대변혁을 기하기는 쉽지 않다.
「이철승 시대」에서는 안보라는 중압에 눌린 나머지 여야밀월의 인상을 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속에서 신민당의원들 중에는 현실안주의 타성에 빠진 사람이 상당수 생겨났다.
유신 국회상을 강조하며 체제도전을 일체불허 해온 여당의 벽에 좌절감과 무기력이 심화된 것도 간과 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런 당과 국회와 내외정세 속에서 수권태세준비라는 김총재의 파업이 어떻게 불을 불일지가 관심거리다. 정권투쟁을 위해서는 당이 안정돼야하고 당의안정은 각파의 공동참여와 소수세력의 보호 등에서 이루어진다.
비록 반대파로부터 나온 소리이긴 하지만 김총재의 정치스타일이 「위장선명」 이니 「보호정치」니 하는 지적을 받은 일이 있다.
김총재에 대해서는 그 투지를 높이 사면서도 전략적이고 현명한 전투를 해주도록 바란 사람들이 주위에 많았다. 나아가 싸우는 한신 만 있을 게 아니라 안정과 인화를 위해 당 살림을 틀어 잡는 조화의 보필이 김총재에게는 필요하다는 바람이랄까….
이철승 전대표의 중도통합론이 시비를 받기는 했어도 이씨의 2년 반 업적에서 건지고 계승할 게 적지 않을 것 같다.
김총재로서는 서민들을 위주로 한 이철승 노선의 경계·사회정책투쟁을 명기함으로써 이씨가 반대파로 돌아서는 가능성을 감소시켜야 할 것도 과제라 할 수 있다.
현실과 개혁이 조화돼야 하고 대여투쟁에서도 대화와 협상의 묘는 살려야 한다는 게 당내사람들의 희망이라고 봐야한다.
당원과 국민과 시대가 그의 투지를 요구했으나 「지명한 전투」를 할 때만 여야긴장가능성은 정치전진으로 결실될 것이다.【이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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