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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는 사들이고, KT는 내다팔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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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체기를 맞은 통신 시장 밖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SK텔레콤과 KT가 상반된 기업 인수합병(M&A) 전략을 펼치고 있다. SK텔레콤이 보안·헬스케어 분야를 중심으로 유망한 중소기업들을 사들이는 반면 KT는 알짜배기 계열사들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으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KT는 이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자동차 렌털업체인 KT렌탈과 금융여신업체인 KT캐피탈에 대해 매각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두 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8852억원, 2202억원으로 합치면 1조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KT 내부에서도 “아깝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특히 이석채 전임 회장이 인수한 금호렌터카를 모태로 하는 KT렌탈은 시장점유율 25%를 차지하는 업계 1위 업체다.

 이에 대해 KT는 “통신기업으로서 그룹의 핵심 역량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KT렌탈·캐피탈이 실적은 좋지만 KT의 통신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는 올해 1월 취임한 황창규 KT 회장의 의중이다. 황 회장은 지난달 에너지·보안·미디어·헬스케어·교통을 향후 KT의 통신사업과 결합해 경쟁력을 낼 수 있는 5대 융합서비스사업으로 꼽으며 “경쟁력이 나오지 않는 부문(계열사)에 대해서는 조정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 매각으로 거둔 자금은 5대 융합서비스 사업에 투자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KT는 현재 계열사가 56곳으로, 이 가운데 20여 개가 이석채 전 회장 시절 늘었다. 따라서 글로벌 콘텐트 유통 사업을 계획하며 사들인 KT뮤직·이노에듀·유스트림코리아 등 콘텐트 유통 관련 자회사들까지 통폐합이나 매각 작업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반면 SK텔레콤은 유망한 중소기업들을 꾸준히 사들이며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올 2월 보안경비업체 네오에스네트웍스(NSOK)를 인수하면서 SK텔레콤은 스마트홈 보안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였다. 이달 24일에는 지분인수를 통해 MP3 제조업체 아이리버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스마트폰과 휴대용 음향기기를 연결하는 스마트 앱세서리 사업도 강화했다. 업계관계자는 "SKT는 싸여있는 현금을 투자할 곳을 찾으려는 갈증이 크다”고 말했다.

 이 밖에 SK텔레콤이 오래전부터 역량을 집중한 사업은 따로 있다. 바로 헬스케어다. SK텔레콤은 2012년 서울대학교병원과 벤처기업 헬스커넥트를 설립하면서 건강관리 서비스에 진출해 있다. 최근에는 건강진단·의료기기 사업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올 4월에는 2011년부터 투자를 시작한 체외진단기기업체 나노엔텍의 지분 26%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중국 의료기기 전문업체 티엔롱의 지분도 49%를 확보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나노엔텍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소형진단기기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 미국·중국 시장으로 확장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SK텔레콤의 전략은 M&A의 효과를 누구보다 잘 아는 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이 많다. SK텔레콤은 2002년 신세기통신을 합병해 현재 이동통신 1위 사업자 기반을 마련했고, 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그룹의 수출 역량을 강화하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성장 속도가 느려지는 통신시장만 붙들고 있을 수 없다”며 “헬스케어처럼 미래 성장성이 확실한 분야에서 유망한 중소기업을 인수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사의 상반된 전략에 대해 ICT 컨설팅업체인 로아컨설팅 김진영 대표는 “핵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KT의 전략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통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통신 의존도를 낮출 방안을 꾸준히 찾는다는 점에서 SK텔레콤의 행보가 좀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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