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수석실 성패, 박 대통령이 힘 싣느냐에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27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청와대 개편 후 처음 열린 당·정·청 정책협의회 에서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맨 오른쪽)이 참석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뉴스1]

잇따른 총리 후보자(안대희·문창극 전 후보자)의 도중 하차에 충격을 받은 청와대가 들고나온 대안이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신설이다. 새로 인사수석을 두고 그 아래에 인사비서관과 인사혁신비서관을 두겠다는 계획이다. 사전 검증을 좀더 꼼꼼히, 치밀하게 해 인사 사고가 되풀이되는 걸 막겠다는 의지다.

 인사수석실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처음 만들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없어져 6년 만에 부활하게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인사수석 대신 인사비서관이 그 역할을 대신토록 했지만 2009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낙마를 계기로 인사비서관을 격상시켜 인사기획관(수석급)을 신설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 독자적인 인사 기구를 뒀던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도 인사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시스템은 갖췄지만 대통령 측근이나 정권 실세가 인사에 개입하면서 결국 입맛에 맞는 사람만 골라 쓰는 ‘코드 인사’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역대 정부의 인사 실패는 대개 권력 실세나 비선(秘線)의 개입이 결정적이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수석 실험’이 성공하려면 대통령이 인사수석에게 힘을 실어주고 중립성을 지키도록 보장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왼쪽)·안철수 공동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인사수석을 지낸 박남춘(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7일 “인사가 제대로 되려면 기준을 정부 차원에서 명확히 만들어야 하고, 그 기준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대통령이 아무리 쓰고 싶어도 그 기준을 통과 못한 사람은 절대 배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확하고 객관적인 인사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실세가 없어지게 된다”며 “복원된 인사수석실의 성패는 대통령이 그 시스템을 얼마나 존중해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조언했다.

 박 의원에 앞서 초대 인사수석을 지낸 정찬용 전 수석도 “인사수석실을 부활시키든 안 시키든 전혀 중요한 게 아니다. 인사를 최종 재가하는 대통령께서 그 조직에 힘을 실어주느냐 아니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려면 좋은 인재를 뽑아야 하고 좋은 인재는 전국에 많이 있다”며 “시스템과 토론을 거친 그 결과를 대통령이 존중해야 하지만 지금 대통령께선 그럴 마음과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명박 청와대’에서 5년 내내 인사업무를 맡았던 김명식 전 인사기획관 역시 “인사의 방침이 정해졌으면 그 프로세스에 맞게만 움직이면 되는 것이고 그 프로세스의 과정을 대통령이 존중해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대통령이 자신의 입맛과 성향에 맞는 사람을 고집할 게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걸러진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선임국장을 지냈던 이상휘 세명대 석좌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인사수석실에서 인사의 간섭요인을 배제시키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사에 대한 독립권을 가져야 하며 인사수석이 외부 압력을 블로킹하지 못하는 한 의미가 없다. 외부 요인을 견제할 장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무적인 측면에선 “수석실의 규모가 최소 20명은 돼야 전 부처를 총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이 앞서 국가개조의 일환으로 내놓은 인사혁신처와 인사수석실의 역할 중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은 “총리실에 인사혁신처를 두고 청와대에 인사수석실을 두면 서로 역할은 다르겠지만 예산과 인력·업무가 중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제라도 인사가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인사를 제대로 하려면 이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 기능을 일원화해도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글=강태화·이소아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