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해 주어종이 바뀌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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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 나라 바다의 주어종이 바뀌고있다. 서해조기·동해오징어·남해멸치로 불리던 우리 나라 연안어업의 주어종이 최근 들어 바꾸어져 동해안에서는 예부터 주어종으로 유명했던 오징어·명태가 크게 줄어들고 그 대신 해방후 자취를 감추었던 정어리가 30년만에 다시 대량으로 잡히고 있다. 이같은 어종 교체현상은 4∼5년 전부터 우리나라연안 전역에 걸쳐 일어나기 시작, 최근 들어 이상조류가 계속되면서 더욱 두드러지고있다.
이에 따라 울릉도 오징어·연평도의 조기파시도 모두 옛말이 됐다.
참조기로 유명했던 서해의 경우 최근 들어서는 살오징어가 대량으로 잡혀 동해보다 어획량이 많아졌는가하면 동해에서 연간 8만여t씩 잡히던 오징어가 지난해엔 1만여t밖에 잡히지 않고 오히려 서해에서 3만여t이나 잡혔다. 서해에 오징어가 많이 잡히면서 연평도의 참조기는 거의 잡히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남해의 주어종이었던 멸치도 충남 고대도를 중심으로 한 서해안으로 옮겨가는 현상을 나타내고있다.
국립수산진흥원은 이같은 연안어종의 변화는 주로 조류변화에 원인이 있으나 조기는 동지나해에서 어군을 형성, 연평도 근해로 북상하는 도중 대형선망 어선들이 잡아버리고 오징어는 일본 북해도와 대화퇴 부근에서 대형어선들이 남획, 우리나라 연안으로 내려올 자원이 줄어든 것도 원인의 하나로 분석했다.
【강릉】국립수산진흥원 주문진 지원에 따르면 동해안 오징어의 경우 63년 7만2천6백30t이 잡혀 최고의 어획량을 보인 뒤 차차 줄어들어 70년 4만3천t, 76년 2만4천3백t, 지난해는 1만1천2백t으로 감소됐고 올 들어서는 겨우 3백80t에 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어리는 70년부터 다시 나타나기 시작, 어획량은 73년 3천5백t, 76년 3천8백t, 77년 5만t, 78년 무려 5만5천t으로 늘어나면서 어황도 좋아 올 들어서만도 벌써 2천5백t의 어획량을 보이고 있다.
이는 어종이 교체되는 종간(종간)현상으로 같은 난류어족인 오징어자원이 차차 쇠퇴해가는 반면 정어리어장은 발달되고있기 때문이라고 주문진 지원 허장봉 자원조사실장은 분석했다.
【인천·대전】서해안어종의 주종을 이루는 조기는 연평도와 보령군 앞 녹도 근해를 주어장으로 해마다 1천t씩 잡혔으나 73년부터 차차 줄어들어 작년에는 겨우 3백50t만 잡혔고 그나마 올해는 아직 조기어군이 전남 소흑산도 서남방해역에 머물러있다.
충남도 수산당국은 조류의 변화로 조기의 북상코스가 바뀐 데다 조기잡이 대형어선이 많이 늘어나 조기의 북상을 차단하고 있는 것도 조기어장이 바뀐 주요원인이 되고있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남해완도 부근이 주어장이던 멸치는 보령군 고대도 부근에서 많이 잡혀 연평균 5백20t의 어획고를 올리고있는데 예년6월 하순에 몰려들던 멸치떼가 올해는 4월 하순부터 몰려들어 멸치잡이 어선의 일손을 바쁘게 하고있다.
또 동해에서만 잡히던 오징어가 외연도·격렬비열도 일대에서 연간 4백50t씩 잡히고 있다.
【신안】서해남부해역과 동지나해역에서 조기떼와 부세 등 값비싼 어종이 자취를 감춰 이곳에서는 값싼 살오징어와 새끼갈치 등만 잡히고있다.
이 때문에 어민들은 1회 출어에 60만원까지 적자를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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