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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석방제도의 확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전국 각 교도소에서 1천5명의 모범수형자들이 가석방되었다.
이번에 가석방의 은전을 입게 된 수형자중에는 긴급조치위반 학생과 행형사상 처음으로 무기수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형법72조는 무기수의 경우 10년이상, 유기수의 경우 형기의 3분의1이상 복역하면 가석방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지금가지 당국은 무기수는 아예 대상에서 제외하고 유기수라도 형기의 3분의 2이상을 복역해야 심사대상으로 삼아왔다.
따라서 지금가지 가석방제도는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영돼온 셈이며, 이 제도가 충분히 활용돼지 못한 인상을 주어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기준을 대폭 완화하여 긴급조치 위반자와 무기수등 장기수를 포함시키고 복역형기의 적용도 대폭 낮춘 것은 행형정책의 큰 전환이라고 할만하며, 가석방제도를 이제부터 실질적으로 활용하려는 취지로 보아 환영한다.
또 이런 가석방대상자의 심사에서는 사회의 복귀하여 적응하기 쉬운 기능보유자를 우선시켰다는데 이 역시 교도소내의 기능교육진흥과 풀려난 사람들의 재범방지를 위해 좋은 일이라 보여진다.
무기수나 중·장기수를 가석방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지나치게 요건을 까다롭게 한 지난날의 처사는 교도소 내의 수형분위기를 위해서도 좋지 못하다는 지적이 일찍부터 제기돼 왔었다.
교도소의 분위기가 장기수의 자세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인데 재생의 길이 절망적일 때 그들의 수형자세가 어떠하리라는 것은 어렵쟎게 짐작할 수 있으며, 그것이 교도소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불문가지다.
오히려 이들에게도 재생의 길을 넓힘으로써 더 모범적인 수형자세와 더 열성적인 기능연마를 촉진시킬 수 있고 전반적인 교도소 분위기의 개선에도 적쟎은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가석방으로 풀려난 후의 재범율이 단기수에 비해 장기수가 현저히 낮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오늘의 행형개념이 구시대의 응보형이 아닌 교육형인 이상 죄를 뉘우친 자를 불필요하게 오래 교도소에 두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그런 점에서 원칙적으로 가석방제도는 충분히 활용될 필요가 있다. 총석방자에 대한 가석방비율이 55.5%인 이웃 일본에 비해 28%남짓한 우리 실정을 생각하면 이 제도의 적극적 활용은 더욱 절실해 진다.
또 그 대상자의 선정에 있어서도 밀수·탈세등 죄질이 특수한 범법자를 제외하고는 골고루 혜택이 가능하도록 폭넓은 자세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행히 당국은 지금까지 형기를 채우거나 형집행정지로만 풀려나온 긴급조치위반자들에게 대해서도 요건에 해당되면 가석방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하니 기대해볼 일이다.
이번에 철문을 나선 사람들은 그 문을 다시는 들어가지 않도록 매사에 신실한 노력을 기울여 모범적인 이 나라 시민이 돼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또 이들을 맞는 사회도 그들의 취업과 정착에 따뜻한 손길을 뻗치도록 해야겠다. 이들에게 부처님의 가호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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