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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 짓밟은 낯뜨거운 범행"|효주양 납치 사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일확천금」 「원한」 두 갈래로 추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왜 효주양은 유괴에 이어 납치까지 되었을까. 범죄심리학자와 경찰수사관계자들은 돈을 뜯어내기 위한 범행과 원한 등 두갈래 동기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수사진은 원한보다는 금품이 목적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관계 전문가들의 추리를 모아본다.
◇금품을 뜯어내려 한 것인가=그동안 효주양의 아버지 정연태씨에겐 73통의 금품요구편지가 왔는가하면 부유층 자제들이 집단으로 다니는 남성국민학교의 상황과 주변위치 약도·유괴당시의 상황 등은 잘 알려져 있다.
경찰관계자들은 이 같은 유명세가 과대망상증을 가진 전과자의 범죄심리를 충동, 금품을 뜯어내기 위한 납치사건으로 보고있다.
이 같은 수사관계자들의 의견에 대해 부산대의대 정신과 박조열 교수 등 정신과 전문의들은 매석환 같은 지능범이 성공 못한 일을 내가 성취한다면 나는 얼마나 훌륭한가를 세상에 보이고 일확천금도 할 수 있다는 .심리를 가진 자의 소행인 것 같다고 경찰과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대사대 김한초 교수(사회심리학)는 범인이 효주라는 정해진 목표에 그렇게도 치밀하고 오랜 집념을 보였다는 점으로 보아 금품을 위한 것보다는 아버지 정씨의 사업장 또는 개인 원한 관계가 아닌가 보고있다.
또한 큰 원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남성여고 후문이 지닌 지역적 취약성도 있다. 납치현장은 「메리놀」 병원에서 2백50m, 남성학원 (여중·고·국민교)과는 50m쯤 떨어진 외진 골목길. 후문입구에서 45m쯤 떨어진 오른쪽에는 새마을 분임장 훈련장인 한일경영연구소(구KBS건물)로 상오10시 이전에는 문을 열지 않고 왼쪽에는 부산시 수도국에서 사용했던 구 배수지가 자리잡고있다.
이 같이 으슥한 곳인데다 이곳을 지나는 통행인도 국민학생과 여중·고생 등 연소자가 대부분으로 납치하기에는 비교적 수월한 지점이다.
이 같은 길을 부유층 자제들이 집단으로 다니고 7개월전에 유괴사건이 있었으나 등·하교 때에 이들의 안전을 염려하는 경찰과 학교측의 배려가 없었다.
관계자는 절도는 같은 집을 두번 터는 수가 있었지만 같은 어린이를 2번 유괴 당하기는 처음이라고 밝히고 효주양 집의 재력이나 외동딸이라는 환경 등이 노출되어 쉽게 효주양을 대상으로 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한으로 추정하는 쪽의 주장은 이러하다. 목격자가 많은 등교 길에서 대담한 수법인 것으로 보아 극한 심리를 가진 원한 때문일 수도 있다.
더구나 아버지 정씨는 국내 굴지의 수산업자로 수산·해운업계의 암투가 심한 생리로 보아 원한 관계를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1차 유괴 때 경찰은 원한관계를 모조리 조사했다지만 그 이후에 새로운 것이 생겼을 수도 있다.
◇법인은 누구일까 우선 범인은 부산·마산에서 훔친 차량과 번호판을 사용한 것으로 보아 이 일대에 연고지를 둔 것이 확실하다.
또 불과 범행장소에서 15㎞떨어진 곳에 범행에 사용했던 승용차를 버린 것으로 보아 초조한 나머지 다른 차를 사용했다해도 멀리 달아나지 못하고 부산권내에 있기 쉽다. 또 효주양 사건이 완전 공개 됐기 때문에 범인이 효주양과 함께 숨으려면 다른 공범이 있거나 최소한 동조자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범인은 차량·준비·장소 답사 등 사전에 치밀한 준비를 한 것으로 보아 안경뿐만 아니라 두발·의복 등도 위장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효주양은 지난해 유괴 당한 후 이름도 바꾸고 운전사 도씨를 「보디가드」로 삼았으며 하교정문을 피해 후문을 사용하는 등 신경을 썼으나 범인은 이를 모두 알고 도씨가 떨어져 있는 시간에 학교후문 골목을 택한 것으로 미루어 최근 효주양의 동정을 잘 아는 측근자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있다. 【이성백·권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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