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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군이 연출한 '가짜 임 병장' 이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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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무장탈영했다 검거된 임모(22) 병장의 병원 수송과정에서 ‘가짜 임 병장’을 내세워 취재진과 국민을 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24일 가짜 환자 논란이 일자 “응급조치 등의 문제로 가짜 환자를 이용한 것이 맞다”고 밝혔다. 군은 23일 오후 2시55분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야산서 대치 중이던 임 병장이 왼쪽 가슴과 어깨 사이에 K-2 소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겨 자살시도를 하자 곧바로 헬기를 통해 국군강릉병원으로 호송했다. 임 병장은 컴퓨터단층촬영(CT) 직후 응급시설이 잘 갖춰진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과정에서 군은 아산병원 응급실 앞에 50여 명의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대역인 ‘가짜 임 병장’을 투입했다.

 언론에는 강릉아산병원에 도착한 임 병장이 하늘색 모포를 뒤집어 쓴 채 군용 앰뷸런스에서 내리는 장면이 보도되었지만(본지 6월 24일자 2면) 이는 임 병장의 대역이었다. 군은 들것에 실린 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늘색 모포를 뒤집어쓴 장병을 임 병장으로 위장해 응급실로 이송하는 흉내까지 냈다. 국방부에 따르면 군은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4대의 앰뷸런스를 준비했다. 행선지를 교란하기 위해 국군강릉병원에서 아산병원을 거쳐 동인병원으로 2대의 빈 앰뷸런스를 보냈고, 나머지 2대 중 대역을 태운 1대(군용 앰뷸런스)는 응급실 정문으로 보내 취재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실제 임 병장이 탄 129호송차량은 지하 물류창고로 들어갔고 임 병장은 비공개 루트로 수술실로 바로 올라갔다.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 임 병장의 혈압이 60~90에 불과하고 출혈이 많아 위험한 상황이어서 곧바로 처치를 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있었다”며 “아산병원 측에서 보낸 129 구급팀장이 ‘가상의 환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해 수용했다”고 밝혔다.

 당시 129 구급팀장의 요청을 받은 국군강릉병원장(손모 대령)은 마치 군사작전처럼 임 병장 호송에 4대의 앰뷸런스를 투입해 취재진을 교란했다. 부상자의 생사가 걸린 상황이라는 점을 이해하더라도 포토라인 등을 통해 접근을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언론을 속인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임 병장 호송이 끝난 후에는 불가피하게 대역으로 취재진을 따돌린 사실을 알려줘야 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오보가 양산됐다. 국방부 측은 “어제 대역을 쓴 사실을 몰랐고 오늘 아침에 보고받았다”며 “아산병원 측에서 입구에 취재진이 많으니 대책을 강구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한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하지만 아산병원 홍보실은 “아산병원에서 먼저 요청을 한 사실이 없다”라고 국방부의 입장을 반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 지시가 아니라 아산병원 측이 보낸 환자인수팀의 요청으로 사고자 상태를 고려해 의료적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며 “언론에 설명을 하지 못해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한 데 유감을 표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국방부가 유족들에게 취재에 응하지 말라고 ‘함구령’을 내린 데 이어 언론의 정상적 접근까지 차단하며 과도하게 언론을 통제하려는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글=정원엽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사진설명

무장탈영했다 검거된 임모 병장 병원 수송 과정에 군이 ‘가짜 임 병장’을 내세운 것으로 24일 밝혀졌다. 사진은 본지 24일자 2면에 실린 ‘가짜 임 병장’이 강릉아산병원 응급실로 이송되는 장면.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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