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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유산의 일상화 현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인공유산 (임신중절수술)이 날로 성행하고 있음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지만, 전가임여성의 50%가 적어도 한번 이상의 경험자라는 최근 가족계획연구원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모체의 손상, 성도덕의 문제와 함께 실정법인 형법에 정해진 낙태의 죄가 이처럼 공공연히 저질러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으나 동시에 그같은 현상이 일상화한 사회풍조와 관련하여 법과 현실의 괴리를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더우기 73년에 발효된 모자보건법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법제정 이후에도 인공유산이 계속 늘어났다는 것은 법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든것으로, 법규 내용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반증하고 있다.
가족계획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인공유산의 건수는 63년의 13만9천 건에서 73년엔 2.8배, 75년엔 3.6배로 늘었고 가임여성의 인공유산율은 63년의 24.9%에서 73년 53.3%, 75년 64.6%로 나타나 절반이상이 수술을 경험했다는 놀라운 결과를 보이고 있다.
중절수술을 하게 되면 체력이 전체적으로 약화되는 외에 영구불임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심한 경우에는 목숨까지 잃게 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 일본등 선진국의 경우는 가족계획계몽에 의한 난관이나 정관수술등 피임방법의 이용도가 높아 인공유산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한다. 이같은 추세는 모체 보호라는 견지에서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모자보건법과 동법시행령등 관계법규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인공유산율 엄격히 금하고있고, 가족계획사업을 꾸준히 계속하고 있는데도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니 어찌된 일인가.
그 원인은 여러가지라 하겠으나 모자보건관계법이 너무 현실을 무시한 엄격한 규정으로 되어있어 실효를 거둘 수 없는대 가장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모자보건관계법은 유전성질환, 전염성질환, 강제행위에 의한 임신, 가족 또는 인척간의 임신등 부득이한 경우에만,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중절수술을 할수 있도록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형법에 따라 낙태죄를 적용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허용한계를 명문화함으로써 마구잡이 수술을 방지하고 순결을 존중하자는데 뜻이 있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가족계획에 대한 무지와 전래의 유습에 따른 난관· 정관수술의 기피심리, 그리고 성도덕관의 문란등으로 실정법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중절수술이 예사처럼 행해지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같은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가정에서 생각할 때 규제만을 능사로 삼는 현행법규를 다소 완화, 예외규정을 확대하는 것이 현단계로서는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즉 현재보다 다소 양성화함으로써 영리에 급급한 병· 의원들이 함부로 수술함으로써 모체의 건강을 해치는 것만은 막아야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까지 추진되어온 가족계획사업이 가두계몽정도에 그치고 있는데서 탈피, 좀더 실효성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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