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병장 “부모님께 죄송, 유가족에게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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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사건 희생자들의 빈소가 마련된 국군수도병원 합동분향소에서 24일 장병들이 조문하고 있다. [뉴시스]

‘부모님께 죄송합니다. 피해자 유가족에게 사과드립니다. 제가 저지른 크나큰 일도 반성합니다’.

 24일 국방부가 공개한 임모(22) 병장의 메모 내용이다. 임 병장은 K-2 소총으로 자신의 왼쪽 가슴을 쏘기 직전 건네 받은 펜과 종이로 메모를 남겼다. 이 때문에 이 메모는 임 병장의 범행 동기의 실마리를 풀어줄 주요 단서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메모 내용에는 범행 동기에 대한 것은 없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메모 분량은) A4 용지의 3분의 1 정도”라며 “공개된 부분 외 나머지는 자신의 심경을 추상적으로 표현했고 (범행동기를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또 김 대변인은 임 병장의 메모에 부대생활에서 당한 따돌림과 동료에 대한 불만이 담겨 있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도주 당시 75발의 탄약을 훔쳐 달아났던 임 병장은 생포 직전까지 29발의 실탄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은 나머지 46발 중 1발은 자해할 때 사용됐고 45발은 군과 교전 중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당초 가장 유력한 단서로 꼽혔던 메모에서 어떤 실마리도 나오지 않은 만큼 이번 사건의 수사는 임 병장과 부상병, 그리고 부대 내 남아 있는 목격자들의 진술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특히 임 병장이 지난해는 A급, 올해는 B급 관심병사였던 만큼 군의 상담 내용이 주요 단서로 꼽히고 있다.

 23일 저녁 두 시간에 걸쳐 폐 왼쪽 상엽 절제수술을 받았던 임 병장은 현재 강릉 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수면 중이다. 수술이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육군 중앙수사단은 조만간 병실에 있는 임 병장을 찾아가 범행 동기와 과정 등에 대해 기초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임 병장은 간단한 움직임과 대화가 어렵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 아산병원과 성남 국군통합수도병원에 분산 배치돼 있는 부상자들에겐 이미 일부 조사가 진행됐다. 임 병장에게 총상을 입은 부상자 8명과 군 추적대 사이에 오인사격으로 부상을 입은 진모 병장은 모두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왕따’설에 대해 군은 신중한 분위기다. 군 관계자는 “이미 사망한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 될 수 있다”며 “메모에서 이 같은 내용이 발견되지 않았고 현재로서는 그와 관련해 어떤 증거도 없다. 임 병장의 개인적 문제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22사단 55연대의 일부 부대원은 1차 면접조사에서 “임 병장과 다른 부대원들 간의 불화가 심각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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