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만 열면 … 여당 잔혹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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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7·14 전당대회에 출마한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 간의 각축전이 치열해지면서 당내에서 경선 과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초에 두 사람이 YS(김영삼 전 대통령)계 선후배 사이라 거친 공방은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경선전이 본격화되니 ‘전과 공방’에 이어 ‘여론조작 공방’ 등 충돌 면이 계속 커지고 있다. 한 당직자는 23일 “두 사람이 정말 세게 붙었다. 둘 다 대선주자급 캠프여서 전국 곳곳의 당 조직이 들썩대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경선이 과열로 치달으면 누가 승자가 되든 후유증이 없겠느냐는 점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시절 포함)의 전당대회는 안 좋은 뒤끝을 남긴 경우가 많았다.

 강재섭 후보와 이재오 후보가 맞붙은 2006년 전대는 보스급 정치인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올해 전대와 비슷한 양상이었다. 당시 경선은 원래 이재오 후보가 대세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강 후보가 전대를 한 달 앞두고 대권에서 당권으로 방향을 전환해 경쟁에 뛰어들면서 파란이 일었다. 전대가 막판으로 갈수록 박근혜 대통령(강재섭)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재오)의 대리전으로 변질돼갔다. 특히 전대 당일 이 후보가 연설하는 도중에 박 대통령이 자리를 뜬 게 이 후보의 신경을 크게 자극했다. 결국 강 대표의 역전승으로 끝나자 이 후보는 박 대통령을 향해 “중립을 안 지켰다”며 전남 순천의 선암사로 내려가 한동안 칩거했다. 당시 전대를 계기로 친박계와 이재오 의원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으며 이는 2008년 총선 공천 때 친박계 공천 탈락의 배경이 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에 치러진 2008년 전대에선 권력 실세였던 이상득 의원의 ‘박희태 후보 지원설’에 대해 정몽준 후보가 공개 반발하면서 잡음이 일었다. 그래도 청와대의 입김이 강할 때라 큰 말썽 없이 넘어갔지만 문제는 엉뚱하게 4년 뒤에 터졌다. 2012년 1월 고승덕 의원이 “18대 국회에서 치러진 한 전대에서 친이계 후보 한 명이 300만원이 든 봉투를 전해와 곧바로 돌려줬다. 결국 그 후보가 대표에 당선됐다”고 폭로한 것이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터진 이 폭로는 어마어마한 정치적 파장을 일으켰고 결국 박희태 전 대표는 검찰에 기소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둘 다 검사 출신인 안상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충돌한 2010년 전대는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전형이었다. 안상수 후보의 병역면제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던 홍 후보는 막판엔 안 후보의 ‘개소송’까지 꺼냈다. 홍 후보는 TV토론에서 “안 후보가 초선 의원 시절 때 옆집 개가 짖는다고 2000만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옆집과도 얘기가 안 되는데 어떻게 당 화합을 이끌겠느냐”고 공격했다.

안 후보는 “참 묘한 것도 조사한다. 우리 애가 고3인데 옆집이 개를 열 마리나 키워 옮겨달라고 사정했는데 안 됐다”고 응수했다. 결국 안 후보가 1위, 홍 후보가 2위가 됐지만 전대 과정에서 완전히 틀어진 두 사람은 이후 사사건건 충돌해 당을 내홍에 빠트렸다. 두 사람 간 감정의 앙금은 지난 경남지사 경선 때까지 이어졌다.

 2011년 전대(1위 홍준표, 2위 유승민)와 2012년 전대(1위 황우여, 2위 이혜훈)은 그나마 별 탈이 없었던 전대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번 7·14 전대는 산전수전 다 겪은 거물들의 격돌이라는 점에서 4년 만에 또다시 경선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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