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본군 위안부 백서 낼 것" … 고노담화 훼손 맞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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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가 23일 일본 정부의 ‘고노(河野)담화 흔들기’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을 전달받기 위해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 초치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백서’를 만들기로 했다. 일본 정부의 고노담화 훼손 시도 등 역사 왜곡에 맞서 위안부 피해 실상을 낱낱이 알리겠다는 취지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정부 차원의 백서가 제작되는 것은 처음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23일 “민·관이 협력해 국내외의 자료를 총망라한 백서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백서에는 ▶피해자 증언을 비롯해 ▶일본 정부의 위안부 강제 동원을 입증하는 역사적 문헌 ▶유엔 등 권위 있는 기관의 위안부 범죄 조사 자료 등이 담길 예정이다. 일본 정부에 책임 인정과 배상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각종 보고서와 결의안 등도 포함된다. 특히 최근 중국 지린성기록보관소가 공개한 위안부 관련 사료 등 새롭게 발굴된 자료들도 백서에 비중 있게 소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린성보관소는 일제의 옛 만주국 수도이자 관동군사령부 소재지였던 창춘(長春)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일제가 패망 직전 미처 소각하지 못한 방대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백서 발간을 위해 한·중 역사공조가 본격화하는 것이다.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국장급 협의도 이달에는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담당인 동북아국이 고노담화 검증 대응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설명이지만, 저변에는 또다시 역사 도발을 한 일본 정부에 대한 불쾌감이 깔려 있다.

 한편 외교부 조태용 1차관은 이날 오후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항의했다. 조 차관은 “아베 정부가 어떤 시도를 하더라도 일본 정부와 군이 조직적 성폭력에 관여했다는 국제사회의 평가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 고노담화 검증 시도는 일본 정부가 반성은 않고 책임을 회피한다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널리 심어 스스로에게 손해만 자초할 것”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은 국내적 편의에 따라 외교사안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이런 식이면 일본과 신뢰를 갖고 외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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