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진흙탕 싸움하는 여권이 국정 개조한다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청와대의 인사 실패와 정부의 행정 공백으로 나라의 활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가운데 새누리당 당권 경쟁이 봐주기 어려운 진흙탕 싸움으로 떨어지고 있다. 국가 운영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할 이른바 당·정·청 집권세력이 총체적으로 무능과 부실에 빠진 것이다. 새누리당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데는 당권의 유력 주자인 서청원·김무성 의원의 책임이 크다. 본인들 스스로는 구태정치와 선을 긋고 비전으로 깨끗한 승부를 가리겠다고 말을 하지만 실제 선거판에선 다른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 과시와 네거티브가 급속히 확산되는 데다 여론조사 조작설까지 등장해 정치 혐오와 냉소를 자아내는 것이다. 20만 명의 당원이 투표(70%)하고 국민 여론조사가 30% 반영되는 방식이다 보니 당 전체가 대규모 선거전의 회오리에 빠져들고 있다. 서청원 의원 측에선 자기들에게 유리한 특정 여론조사 회사의 조사 결과를 언론에 뿌려 보도케 했는데 정작 해당 회사는 자기들이 실제 조사한 결과와 전혀 다른 내용이라고 발표했다. 김 의원 측은 “허위사실 공표는 범죄”라고 비난하고 서 의원 측은 “여론조사 내용은 제3의 인물로부터 전달받았을 뿐”이라며 자기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김무성 의원 측은 여의도 한 음식점에 90명 이상의 의원·당협위원장들을 모아 식사를 했다고 한다. 음식값은 다른 사람들이 냈다고 해명했지만 대세론 같은 세몰이 방식으로 경선을 치르려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오죽 심하면 어제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이 모여 “구태정치를 척결하지 않으면 당의 미래가 없다”는 연판장을 돌렸을까.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8년 당 대표 선거 때 한 후보가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일부 소속 의원과 당협위원장들에게 돌린 게 뒤늦게 폭로돼 일대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웰빙당·부패당·줄세우기당이라는 오명은 주로 전당대회 경선에서 비롯됐다. 이번 전대에서도 의원들에겐 차기 공천을 약속하고, 원외 당협위원장들에겐 기관장 자리를 제시하며 줄서기를 강요하는 후보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이러고도 여권이 국정 개조를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