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벨기에 깡패' 펠라이니 더 무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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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갱스터(gangster·깡패) 마루안 펠라이니(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조심하라.”

 알제리 기자들이 한국 축구에 전한 알짜 조언이다. 한국에 남은 경기는 27일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벨기에와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뿐이다. 알제리는 한국에 앞서 벨기에와 조별리그 1차전을 치렀다. 1-2로 역전패를 당한 현장을 취재한 알제리 기자 10명에게 벨기에의 전력에 대해 물었다.

 알제리 기자들이 가장 주목한 키 플레이어는 중앙 미드필더 펠라이니였다. 후반 20분 교체 투입돼 5분 만에 헤딩 동점골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선수다. 야지드 와히브 기자는 “펠라이니는 마치 갱스터처럼 알제리 수비진을 휘저었다”고 평가했다. “1m94㎝의 장신에 영리하기까지 한 이상적인 중앙 미드필더” “한순간에 경기 흐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라피크 하리체 기자)라는 호평이 이어졌다.

 에덴 아자르(23·첼시)는 4표를 받았다. “벨기에 공격 전술의 뼈대 같은 존재다. 공격을 위해 태어난 사람”(함자 라흐무니 기자), “알제리 전체가 이 선수를 막기 위해 고생했다. 한국 측면 수비수들이 매우 바쁠 것”(무함마드 벨카켐 기자)이라고 조언했다. 네제메딘 시디아트만 기자는 “벨기에 수비의 스페셜리스트”라는 설명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 악셀 위첼(25·제니트)을 경계대상 1호로 봤다.

 벨기에의 강점으로는 ‘뒷심(3표)과 ‘역습(3표)’을 꼽았다. 타릭 가드리 기자는 “ 벤치 멤버들도 베스트 11과 큰 차이가 없다. 후반에 더 강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리체 기자는 “벨기에의 속공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주의를 줬다.

 알제리 기자 10명 중 절반이 벨기에의 약점으로 수비 뒷공간을 꼽았다. “수비가 생각보다 느리다. 빠른 한국 선수들이 역습 속도를 높이면 기회가 올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원팀(one team)이 아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리체 기자는 “벨기에 선수들은 동료가 실수를 하면 격려하지 않고 화를 낸다”고 꼬집었다. ‘적극성 부족’ ‘선제골을 내주면 흔들린다’도 1표씩 기록했다. 가드리 기자는 “벨기에는 볼 경합 때 충돌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거칠게 나오면 유리하다. 단 옐로 카드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벨기에는 약점이 없다”는 기자도 두 명 있었다. 와히브 기자는 “공수 모두 흠잡을 데 없다”고 평했고, 시디아트만 기자 역시 “약점? 다 강하다”고 짧게 답했다.

 알제리 기자 10명 중에서 한국이 벨기에를 이길 것이라고 전망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5명이 한국의 0-2 패배를 점쳤다. “벨기에 사상 최강의 팀” “난 한국의 친구다. 0-2 패배도 후하게 내린 평가”라는 설명이 잇따랐다. 이 밖에 2명이 0-1 한국의 패배, 1명이 1-2 한국의 패배를 예상했다. 1-1 무승부를 적어 낸 기자도 2명 있었다. 또 10명 모두 H조에서는 벨기에가 무난히 16강에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르투알레그리=송지훈·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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