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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김한길에 쏟아진 시도지사 쓴소리

중앙일보

입력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당선된 시·도 광역단체장들이 22일 당 지도부를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박원순 서울시장, 윤장현 광주시장, 권선택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이시종 충북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송하진 전북지사, 이낙연 전남지사는 이날 당 지도부가 마련한 중앙-지방간 예산·정책협의 회의에 참석하며 한 자리에 모이게 됐다. 이들은 새정치연합이 6월 지방선거 전체 17개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새누리당(8곳)을 수적으로 누르며 선전하는데 기여한 주인공들. 최문순 강원지사 당선자는 총기난사 사건을 수습중이라 불참했다.

회의에 앞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는 ‘각 지역에서 신발이 닳도록 열심히 뛰어달라’는 의미로 당선자들에게 파란색(당 상징색) 운동화를 선물했다. 김 공동대표는 “여러분이 계셨기에 우리가 광역선거에서 과반 이상 승리할 수 있었다”고 했고, 당선자들도 “(중앙당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 “(김 대표의)사모님도 같이 (유세장에)와서 큰 힘이 됐다”며 덕담을 주고 받았다.

그러나 회의가 진행될수록 지방살림을 꾸려가야 할 도백(道伯)들의 불만과 지적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졌다. 현실적으로 지방자치를 할 여건이 어려운 만큼, 당 차원에서 지방자치 강화를 위한 입법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정을 맡아보니 지방정부와 지방자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조직권이나 재정권에서 아직도 중앙정부 출장소란 말, ‘2할 자치’란 말이 있는데 그게 현실”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1000만 시민이 사는 수도 서울의 시장이 국장 숫자도 늘릴 수 없다. 이런 지방정부 지방자치로는 대한민국 경쟁력을 높이기 힘들다”면서 “당이 적극적인 법령 개정으로 중앙정부를 견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송하진 전북지사 당선자도 “언제부터인가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라는 용어가 희미해져 가고 있다”며 “국비와 지방비 8대 2구조를 해결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정책대상만 고민하고 예산은 어느정도 따라와주는 제도적 장치가 돼야 진정한 지방자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전남지사 당선자는 “우리 사회에는 반토막 인생들이 60~70%를 넘고 있다. 격차 완화라는 콘셉트로 대한민국의 존재방식을 규정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의 방향을 규정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당선자는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지방균형에 관한 의식이 없어 실망스럽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공장 총량제까지 도입했는데 효녀인 따님이 왜 그걸 잊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며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기존 여당 지지세가 강했던 중원에서 싹쓸이를 일궈낸 충청권 당선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거셌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헌법개정을 요구했다.

^안 지사=“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개조 얘기하는데 동의한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 당이 좀 더 많은 논의를 해야한다. 지방정부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문제, 600년된 국가공무원제를 개혁하는 문제, 중앙-지방정부의 책임성 조정 문제 등 엄청난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게 세월호에서 희생된 고인에 대한 의무이자 새로운 국가개조다.”

^권선택 대전시장 당선자=“당선자 신분으로 업무보고를 받으니 예전보다 여건이 더 나빠진 것 같다. 자립도도 10% 이상 줄어 49%라 한다. 지방자치 규제가 너무 많아졌고 입법에 참여할 기회도 없다. 재정 문제도 지나치게 경직화돼 있다.”

^이춘희 세종시장 당선자=“로컬푸드(local food) 사업과 관련한 국회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 안전행정부를 세종시로 내려오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 줘야하지 않겠나.”

^이시종 충북지사=“(선거에서)참 힘겹게 간신히 살아났다. 언론이 왜 친여 성향을 갖게 되는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중앙당 이슈생산 소홀,남이 만들어준 세월호와 당대당 구도로 가니까 충청권은 굉장히 불리하다.박 대통령이 눈물 흘리도록 만든게 누구 탓인가.”

당선자들의 요구가 봇물을 이루자 안철수 공동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수권 능력은 우리 지방정부의 성공 여하에 달려 있다”면서 “지방정부와 중앙당, 원내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부터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긴밀하게 협조해 성공하는 지방정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영선 원내대표도 “원내는 입법지원과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 앞으로 원내에선 찾아가는 예산협의체로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원칙 확립 ^지방정부 소관 공공병원부터 환자안심병원 추진 ^시립·도립 대학 반값등록금 실시 ^전월세 전용 공공임대아파트 확대 ^남부권 8개 지방정부간 경제개발 협의체 결성 등을 제안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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