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9일 재혼식서 사실상 불륜 사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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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영국의 찰스 왕세자(사진)가 9일 오후(현지시간) 커밀라 파커 볼스와의 재혼식에서 "그간 지어온 죄와 사악함을 인정하며 참회한다"고 고백한다고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찰스 왕세자의 참회는 영국 성공회의 압력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왕세자는 이날 낮 12시30분 왕실의 본가인 윈저성이 있는 마을의 시민회관에서 간단한 결혼식을 먼저 올린다. 그리고 이날 오후 윈저성 왕실 전용 예배당에서 성직자들이 주도하는 축복식을 올린다. 축복식은 성공회 최고 성직자인 로언 윌리엄스 켄터베리 대주교가 집전한다. 찰스의 재혼을 사실상 종교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 자리에서 찰스와 파커 볼스는 17세기 기도문을 인용해 참회를 하게 된다. 이들은 "우리는 말과 행동과 생각을 통해 성스러운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수많은 죄와 사악함을 범하였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그 죄를 인정하고 참회하고자 합니다"라고 고백한다. 전통적인 기도문 가운데 한 대목을 외는 형식으로 사실상 불륜을 사죄하는 형식이다.

찰스 왕세자는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결혼하기 전부터 파커 볼스와 연인 관계였다. 결혼 이후에도 불륜 관계를 계속해왔다. 그래서 "찰스는 파경의 원인 제공자며 궁극적으로는 다이애나의 사망에도 책임이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파커 볼스의 전 남편이 살아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성공회는 배우자가 살아있는 이혼녀와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문제와 여론의 비판 때문에 찰스는 파커 볼스와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하고 시민회관에서 세속 방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결혼식은 당초 8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과 겹쳐 하루 연기됐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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