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관인계약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오는 3월1일부터부동산 거래때 의무적으로 첨부키로 했던 관인매매계약서의 시행을 연기하기로 했다.
작년말에 개정된 부동산등기법에 관인매매계약서 첨부를 의무화하기로 한것은 당시 큰사회문제로 등장한 부동산투기과열을 막으려는 조치의 일환으로서 였다.
그러나 제정의 배경이었던 부동산투기가 이미 진정되었을뿐아니라 이제도는 부동산거래비용을 대폭 늘리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내무부가 고시한 부동산 과세싯가표준과 실제부동산 거래가격에는 큰격차가 있다. 특히 대도시 신주택지의 경우에는 건물이 3,4배,토지는 최근 10배정도에 이르는 것도 많다.
기계적으로 얘기한다면 이러한 격차는 없애는게 마땅하다고도 할 수도 있다. 싯가표준을 실가에 일치시키는게 원칙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론은 현실과 너무도 거리가 먼 기계적 사고란 비판을 면키 어렵다.
그동안 부동산의 실제 거래가와 싯가표준이 크게 달랐다면 그럴만한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현실적인 이유로는 부동산의 소유와 매매로 인한 과중한 국민부담을 피한다거나, 주택공급을 지속시킨다거나, 탈세의 유혹을 줄인다거나 하는 것등을 들 수 있겠다.
그런데 새 부동산 등기법에 규경된 관인매매 계약서제에는 이러한 현실적인 이유가 전혀 도외시되어 있다.
정부가 이 제도의 시행을 보류하기로 했으니 망정이지 만일 적절한 보완조치없이 이 제도를 강행키로 했다면 부동산매매 비용은 당강 몇배로 늘어날 판이었다.
그렇게 되면 서민들이 내집을 마련하고, 중산층 시민이 집을 늘린다는 꿈은 더욱 멀어져 가고 말것이다. 뿐만아니라 소유권 등기가 의무화되어 있지 않은 현행 법제도하에서는 공증정도로 등기 이전을 기피한다든가, 매매거래 쌍방의 담합으로 거래가격을 낮춰 신고하는등의 탈법이 자행되게될 위험이 있다.
법중에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현실보다 앞서 가는 법도 있으나 현실과 법이 요구하는 기준간의 격차가 너무 크면 그 법은 실효성을 지니기 어렵다.
예컨대 우리 형법 2백69조와 2백7O조에는 낙태가 법죄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혹시 중교적인 이유에서라면 몰라도 형법상 범죄라는 이유때문에 기혼자중 낙태를 않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는지 의문이다.
현행 국회의원선거법의 선거운동 규제조항만해도 그렇다. 국회의원 당선자중 이들 규제조항을 전혀 위반하지 않았다고 장담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또 지금까지 부동산 등기신청을 하면서 법규정에 맞춰 곧이곧대로 높은 실거래가로 신고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었겠는가. 실거래가 어떻든 낮은 싯가표준에 맞춰 신고를 하는게 오히려 사회의 일반적 관행이었다.
이렇게 법이 사회의 현실과 유리돼 경직성을 띄게 되면 법수범자에의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법수범자에 의해 받아들여질 태세가 되어있지 않은 관인매매계약서의 시행을 보류하기로 한 조치는 적절하다.
앞으로도 한낱 과도적 현장을 이렇게 충격적 입법으로 치유하려는 발상은 피하는게 옳다.
관인계약서제 자체도 충분한 검토를 거쳐 아예 폐지하거나 취득세ㆍ등록세의 세율을 낮추는 등의 사전조건을 충분히 갖춘뒤 시행하거나 해야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