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사업에 희귀식물 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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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충남 지역에 서식하는 일부 희귀 식물들이 무분별한 채취꾼들과 각종 개발사업 등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어 보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고란초 군락지=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은 8일 “지난달부터 서산시 해변에서 자연 생태계를 조사하던 중 최근 대산읍 화곡리 3구 샘골∼은골마을 1.5Km 구간에서 5만 그루가 넘는 대규모 고란초(皐蘭草) 군락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주변은 지난해 말부터 정부가 본격 추진하고 있는 대산항 개발 1단계 사업지구에 포함돼 있어 군락지가 훼손될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초 당진군 석문면 교로2리 해안 야산에서도 비슷한 규모의 고란초 자생지가 발견됐으나 당진화력이 개설 중인 석문해안도로 노선이 바로 앞을 관통, 보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환경운동연합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당진군 관계자는 “고란초가 서식하는 야산을 훼손하지 않도록 도로 개설 시행기관인 태안화력본부와 협의해 노선을 2m 가량 옆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서대 이은복(생물학과) 교수는 “희귀식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각종 개발사업을 하기 전에 객관적인 환경영향평가를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해 살이 양치식물인 고란초는 고사리와 비슷한 모습으로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부여 고란사 뒤 등 일부 지역에서만 발견돼 환경부가 멸종위기식물(제99호)로 지정한 바 있다.

◇야생 춘란(春蘭)=논산지역에서는 봄철을 맞아 산과 들에 자생하는 춘란을 마구잡이로 채취하는 사람들이 많아 단속이 시급하다.

8일 주민들에 따르면 벌곡면 수락산을 비롯, 가야곡면 매봉산·팔봉산 등에는 요즈음 주말마다 수십명의 난 채취꾼들이 등산객을 가장, 돋보기 등 도구까지 갖추고 춘란 수집에 나서고 있다.

특히 대전·전주 등 외지에서 온 일부 전문 채취꾼들은 며칠씩 민박까지 하고 있으며 이들에 자극을 받은 일부 주민들도 가세해 어린 난까지 마구 캐고 있다.

이들은 일부 희귀종의 경우 서울·대전 등 대도시에서 그루 당 최고 수백만원까지 거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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