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삔 발목 놔두면 연골 한쪽만 닳아 … 인공관절 수술하게 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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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그토록 좋아했던 축구가 문제가 될 줄 몰랐다. 강모(67·서울 종로구)씨는 젊은 시절 조기축구회에서 20년 이상 뛸 정도로 축구광이었다. 50대 후반부터는 체력이 좀 달려 등산으로 바꿨다. 축구와 등산을 하는 동안 발목을 다치거나 접질린 적이 수없이 많았다. 그만한 일로 병원 신세를 지는 게 싫어 파스를 붙이거나 찜질을 하곤 했다.

 지난해부터 발목 통증 때문에 산행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심해졌다. 운동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급기야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 병원을 찾았다. 오른쪽 발목 안쪽 연골이 거의 다 닳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 골관절염이었다.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결국 발목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인대 보강시술을 받았다.

 ‘삐다’ ‘삐끗하다’ ‘접질리다’는 단어와 가장 밀접한 인체의 부위는 발목이다. 평생 발목을 한두 번 삐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구나 등산과 같은 운동을 즐기는 사람, 하이힐을 즐겨 신는 여성들의 단골 부상 부위이다. 흔하다 보니 발목 좀 삐었다고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삐끗한 발목을 내버려두면 악화돼 인공관절로 교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에서 발목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349명의 환자 사례를 분석했다. 발목이 나빠진 원인으로 부상(46.8%)이 가장 많았다. 이어 퇴행성 관절염(42.9%), 류머티스 관절염·통풍(10.3%) 순이었다. 발목 부상은 염좌(33.1%·삐는 것)와 골절(13.7%·부러짐)을 말한다. 이렇게 보면 발목 인공관절 수술 환자 10명 중 3명은 삔 것이 원인이다. 무릎 인공관절의 원인은 퇴행성 관절염 94%, 류머티스 관절염 5%, 외상성 관절염 1%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인구 고령화 등에 따라 발목 인공관절 수술 환자가 2009년 574명에서 지난해 663명으로 늘었다. 남자가 다소 많은 편이다. 연령별로는 60대, 70대, 50대, 40대 순이다.

 삔 발목을 놔두면 인대가 늘어나고, 이것이 장기화되면 관절의 불안정성이 증가한다. 발목뼈에 일정한 힘을 가해 X선을 찍을 때 10도 이상 벌어지면 발목 불안정증으로 진단한다. 정상인 사람은 발목에 힘을 가해도 10도 이상 벌어지지 않는다.

 발목 불안정증이 수년~수십 년 지속되면 발목 연골이 특정 부위에만 힘을 받아 심하게 닳는다. 발목에 골관절염이 생기는 것이다. 발목 관절의 불안정증이 왔을 때 병원을 찾기만 해도 인대 보강술이나 인대 재건술 등으로 진행을 막거나 늦출 수 있다. 그렇다면 발목이 삐끗해도 무조건 병원에 가야 할까. 의학적으로 이야기하면 무조건 정형외과에 가야 한다. 스스로 진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병원에서 X선 촬영 등 간단한 검사만 해봐도 염좌나 골절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가벼운 약물치료나 부목을 대는 등의 치료만 받으면 10명 중 9명은 손상된 인대나 신경을 회복해 발목 불안정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발목이 습관적으로 삐는 사람은 지금이라도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퇴행성에 의한 골관절염은 완벽하게 막을 방법이 없다. 일상생활의 부상은 막을 수 있다. 운동 전에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고, 잘 맞는 신발을 착용하며,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산행을 할 때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진우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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