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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 후보 릴레이 인터뷰 ③ 이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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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 나선 이인제 의원(충남 논산- 계룡- 금산·6선)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새누리당의 미래에 관한 질문에 “당의 낡은 틀·의식·관행을 깨야 한다. 당이 지닌 보수의 가치를 새롭게 혁신해 젊은 세대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스마트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혁명은 지진처럼 예고하고 오지 않는다.”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인제(충남 논산- 계룡- 금산·6선) 의원의 출사표다. 40세이던 1988년 13대 총선 때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끌던 통일민주당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이 의원은 26년 정치 인생에서 대통령 선거에 세 번 출마했다. 97년 대선 때 국민신당을 간판으로 출마해 500만 표를 얻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의 나이 49세 때다. 그만큼 국가경영에 집착이 컸다. 그런 그가 이번엔 당 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정치적 굴곡을 거쳐 15년 만에 친정 새누리당에 돌아온 지 1년6개월여 만이다.

 16일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만난 이 의원은 여전히 힘차게 손을 잡았다. “당내 세력이 없고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혁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버려야 할 기득권을 가진 사람이나 자신의 세력에 발목을 잡힐 사람은 절대 안 된다”고도 했다.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서청원·김무성 의원을 겨냥한 말이다.

 - 왜 당 대표에 나왔나.

 “세월호 참사로 국민은 국가개조를 명령했다. 대통령도 약속했지만, 정당의 근본적 개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새누리당의 틀·의식·관행을 혁파해야 한다. 현재의 정당은 과거 농업사회를 이끌 수준밖에 안 된다. 과거의 틀에 안주해 국민이 낸 세금을 엉뚱한 데 쓴다. ”

 - 당내 기반이 약하지 않나.

 “기반이 있다는 것은 버려야 할 낡은 당의 기득권이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기대는 사람들이 누군가. 나는 기득권이 없기 때문에 변혁을 위한 도구로 쓰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다. 새누리당은 침몰한 세월호와 같다. 변하지 못하면 재앙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1년10개월 뒤 총선에서 제1당을 유지할 수 없다. 임기 말까지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뒷받침할 수도 없고, 정권 재창출도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당권주자들의 줄 세우기 등 구태가 그대로 진행된다.”

 - 서청원·김무성 의원을 겨냥한 건가.

 “당이 후진성을 못 면하는 중심엔 지역주의와 계보정치가 있다. 당이 혁신되면 계파가 사라진다. 계파정치에 익숙한 사람들이 저항하는 이유다. 두 분은 두 가지 기득권을 대변하는 분이다. 그분들이 대표가 됐을 때 근본적 혁신을 감행할 수 있겠는가. 국민·당원 위에 군림하는 대표를 그대로 두고 당·청 관계를 바꾸고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약속은 당을 후진적 구조에 머물게 하겠다는 기득권 논리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은 혁신 방아쇠를 당길 수 없다.”

 - 양강 구도에서 밀리고 있다.

 “세력과 돈·줄 세우기 등 관행적 논리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관점에서 전당대회를 조명할 필요가 있다. 누가 혁신의 알맹이를 가지고 있느냐로 판단해야 한다. 진짜 혁신과 가짜 혁신, 반기득권과 기득권 구도로 판단할 문제다. 그리고 여론조사에서도 양강이라고 불리는 한 분은 나와 비슷한 지지도를 보인다. 양강 구도라는 말 자체가 맞지 않다.”

 -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충청권 4곳을 모두 잃었다.

 “내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충청권은 박근혜 정부를 세우는 데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선거 결과는 국민의 경고다. 정치 개혁으로 불신을 해소하고 지역구도를 타파하는 게 내가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는 정도이자 도리라고 생각한다.”

 - 대표 되면 당·청 관계 어떻게 할건가.

 “대통령에게 무조건 쓴소리를 하겠다는 후보들의 생각은 잘못됐다. 당의 역할이 없는데 쓴소리를 한다고 뭐가 달라지는가. 현대정당의 중심은 대통령이다. 여당은 대통령과 팀플레이로 문제를 풀어가는 주체다. 정당은 대통령이 수반인 관료집단과는 다르다. 수직적 관계는 있을 수 없다. 여당은 국민의 고통에 대응해 혁신안을 내놔야 한다. 관료집단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여당은 예산을 짤 때도 손을 놓고 있다가 날을 새며 쪽지예산을 넣는 정치공방만 했다. 낡은 정당을 개혁해야 할 이유다.”

 - 별명이 ‘불사조’다. 당권을 대권의 도구로 쓸 거란 관측도 있다.

 “세 번의 대권 도전에서 배운 게 있다. 대통령은 시대적 소명과 국민적 여망이 뭉게구름처럼 일어났을 때 길이 열린다는 거다. 욕심을 가지고 접근해서 열리지 않는다. 지금은 내가 할 일을 주저 없이 할 뿐이다. 대통령이 되는 길이 열리느냐 안 열리느냐는 욕심을 내지 않고 있다.”

글=강태화·천권필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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