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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중국 견제' 외교 … 첫 방문국은 부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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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달 취임한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사진) 총리가 첫 해외 방문국으로 부탄을 선택해 15일(현지시간) 이틀간의 방문에 나섰다.

 인구 75만 명의 부탄은 히말라야의 소국이다. 수도 팀부로 가기 위해 이용하는 파로 공항은 좁은 계곡에 자리해 총리 전용기인 보잉 747 기종이 이착륙할 수도 없다.

 전 세계의 관심 속에 정권 교체를 이룬, 아시아 대국 총리의 첫 국제무대 데뷔라기엔 의외의 행보다. 더구나 모디 총리의 첫 방문국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 일본 등 주요국이 있는데도 부탄을 선택한 터라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인도 언론과 로이터 등은 중국을 의식한 결정이라고 봤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꾸준히 진출하고 있는 남아시아에서 인도의 영향력을 확인하려는 의지”라고 해석했다. 타임스오브인디아도 “중국에 앞서 모디가 부탄에 구애한다”고 했다. 중국과 부탄은 최근 수교 및 대사관 개설을 추진하면서 급격하게 가까워졌다. 다음 달에도 정례회담이 열린다. 중국을 견제하고 부탄을 단속하기 위해 모디 총리가 선수를 쳤다.

인도가 성장동력을 잃고 주춤하는 사이 중국은 서남아시아로 영향력을 키웠다. 스리랑카·파키스탄·방글라데시·미얀마에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했다. 올 상반기엔 인도를 제치고 네팔의 최대 투자국으로 올라섰다. 이를 의식한 듯 이번 방문에서 모디 총리는 인도가 투자한 대법원 건물 완공식에 참석하고,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 국왕과 수력발전소 건설 등 경제협력을 논의했다.

 모디 총리의 중국 견제는 취임식부터 시작됐다. 중국 지도자는 초청하지 않고 달라이 라마의 정치적 후계자인 로브상 상계 티베트 망명정부 총리를 맨 앞자리에 앉혔다. 15일 체링 톱게 부탄 총리가 주최한 만찬에서 모디 총리는 이런 말을 했다. “때로 어떤 이웃을 만나면 평화롭게 살 수가 없다.” 인도 언론은 ‘어떤 이웃’이 중국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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