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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에게 성역은 없다, 탐사보도로 권력 견제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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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그린월드(오른쪽)가 스노든과 상의하는 모습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폭로를 도운 미국 영화 감독 로라 포이트라스가 사진을 찍었다. [사진 그린월드]

첫 접선은 2012년 익명으로 날라온 e메일에서 시작됐다. 이듬해 제보자가 있는 홍콩으로 날아가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그곳에서 세계적인 특종 기사를 쓰기까지는 3일이면 충분했다. 에드워드 스노든으로부터 미 국가안보국(NSA)의 기밀 서류를 넘겨받아 무차별적인 도·감청 실태를 보도한 글렌 그린월드(47) 얘기다. 그의 기사를 실은 가디언은 2014년 퓰리처상 최고 영예인 공공서비스 상을 받았다. 지난달 그린월드가 당시 취재 과정과 폭로 이후 뒷얘기를 담아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모던타임스)는 책을 펴냈다.

 그는 러시아에 임시 망명 중인 스노든과 가장 친밀하고, 자주 연락하는 인물이다. 출간 이후 유럽 강연과 모스크바 방문을 마치고 브라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를 인터뷰했다. 그는 동성 파트너인 데이비드 미란다와 리우데자네이루에 살고 있다. 인터뷰는 e메일로 질문을 보내고 이에 대한 답변을 녹음된 음성 파일을 통해 전달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특이한’ 인터뷰 방식에 대해 그린월드 측은 “e메일 작성보다 말로 하는 게 더 빠르다(he talks faster than he types)”는 이유를 댔다.

 - 왜 스노든이 당신을 선택했나.

 “스노든은 쭉 내 독자였다. 나는 2005년 정치 블로그를 시작한 이후 2007년부터 정치 웹진인 ‘살롱(Salon)’에 감시(surveillance)와 NSA에 관한 글을 써왔다. 그는 감시 문제에 지식이 있고 잘 이해할 수 있는 누군가를 원했다. 하지만 그가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저널리즘에 관한 가치관과 권력자에 대한 저널리스트의 태도였다. 스노든 자신이 인생을 걸고 전면에 나서는 만큼 정부 위협에 겁먹지 않고 공격적으로 보도할 수 있는 언론인을 원했던 것 같다. ”

 - 과거 변호사로 일했던 경력이 취재에 어떻게 도움이 됐나.(그는 조지워싱턴대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뉴욕대 로스쿨을 나왔다.)

 “변호사의 중요한 자질은 상대방의 진실성과 동기를 파악하 는 것이다. 취재를 위해 스노든의 동기와 신뢰성을 확인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내 변호사 경력은 큰 도움이 됐다.”

 - 책 출간에 대한 스노든의 반응은 어땠나.

 “적극적으로 지지해줬다. 그는 정부가 국민 몰래 감시 프로그램에 힘을 쏟을 때의 위험성과 사생활 존중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기 위해 폭로에 나섰다. 내가 더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책을 쓴다는 걸 알게 됐을 때 그는 큰 기대를 했다.”

 -‘XKeyscore(엑스키스코어)’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기술이 흥미롭다. 사실인가.

 “그렇다. 책에 실린 엑스키스코어에 관한 자료는 실제 NSA가 분석관을 교육할 때 쓰는 것들이다. 감시 대상자의 e메일 주소를 넣으면 NSA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수십억 통의 e메일 중 그 주소와 일치하는 e메일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e메일 감시가 아주 간단하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 왜 이게 문제인가.

 “ 스노든은 NSA 직원뿐만 아니라 자신처럼 사설 업체에 속한 사람도 이 프로그램에 아무런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크게 우려했다. 안에 담긴 정보가 오남용 될 가능성도 사실상 무한하다. 짧은 시간에 제대로 된 감독 없이 누군가의 e메일 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이 스노든을 힘들게 했다.”

 - 지난해 10월 가디언과 결별을 선언했다. 주류 언론의 한계가 무엇인가.

 “주류 언론의 문제 중 하나는 그들이 정보를 얻고 취재를 하고 각종 혜택과 호의를 받기 위해 기성 권력의 도움에 익숙해진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취재를 해야 하는 대상이 비위를 맞춰야 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는 미국 주류 매체의 병폐다. 또 다른 문제는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대기업과 소송에 휘말리거나 엄청난 재원을 가진 정부 등을 상대로 법적 절차를 밟는 걸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일종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언론이 위험회피 성향을 갖게 한다.”

 - 그래서 온라인 매체 ‘인터셉트’를 창간했나.

 “스노든이 우리에게 제공한 기록은 방대(mammoth)하다. 우리는 NSA와 관련된 보도를 계속 할 수 있는 매체를 만들 생각이었다. 대담한 보도 태도와 충분한 재정을 갖춰 주류 언론의 한계를 극복해 보일 것이다.”(이베이 창립자인 피에르 오미디어도 인터셉트 창간에 합류했다.)

 - 폭로 안 한 내용 중에 한국에 관한 것도 있나.

 “아직 보도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것이 방침이다. 다만 전 세계 모든 주요 국가에 관해 폭로 내용이 남아 있고 여기에 한국도 포함된다는 것만 밝힐 수 있다.”

 - 당신의 기사로 가디언이 올해 퓰리처상을 탔다. 언론인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 무엇인가.

 “언론은 권력 기관과 권력자의 발언·행동에 대해 의미 있는 견제를 해야 한다. 지방 경찰이 될 수도 있고, 연방정부, 대기업 또는 중소기업에서 방만하게 일하는 근로자가 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권력 구조가 어떻게 됐든 간에 겁을 먹지 않고 탐사보도 방식의 검증(investigative scrutiny)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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