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남편이 '오페라의 유령'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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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메르켈의 사생활은 베일에 싸여 있다. 그가 지키고자 하는 사적 영역의 중심에는 남편이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독일 최고의 양자화학자 요하임 자우어(65)가 있다. 자우어는 말했다. “대학교수이자 연구자인 나의 업무가 아니라 아내의 정치적 업무 때문에 나를 찾아오는 기자라면, 그 누구와도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

 1981년 베를린 과학아카데미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각각 이혼하고 함께 지내다 98년 결혼했다. 베를린 훔볼트 대학 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자우어는 2005년 메르켈 총리가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에 올랐을 때도 “바쁘다”는 이유로 취임식에 불참했다. 지난해 4월 총리 휴가 당시에는 정부 전용기를 타지 않고 홀로 저가항공을 타고 휴가지인 이탈리아로 향해 화제가 됐다. 독일 언론들은 이런 성격과 오페라를 즐기는 취미를 빗대 자우어를 ‘오페라의 유령’으로 칭하기도 한다.

 메르켈과 자우어는 정치적인 일에 부부로서 등장하는 것을 가급적 삼가고 있다. 자우어가 의전에 따라 메르켈과 동행한 것은 2007년 독일 하일리겐담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그 영향으로 대통령이 배우자와 국제적인 회의석상에 동행하던 관례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자우어가 메르켈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그러나 메르켈은 몇몇 인터뷰에서 남편과의 대화를 “거의 목숨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했고, 남편을 “정말 좋은 조언자”로 묘사하기도 했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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