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세월호 병폐' 도려내야 할 2기 내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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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취임 15개월 만에 2기 개각 명단을 발표했다. 정부 17개 부 가운데 7개 부의 장관을 바꾸는 중폭 교체다. 전날 청와대 개편에 이은 속전속결 인사다.

  세월호 문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쑥대밭이 되다시피 한 국민의 대정부 신뢰를 새 진용이 얼마만큼 복구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심이다. 장관들의 운명이 어찌될지 몰라 수십일째 일손을 놓고 우왕좌왕하던 관가도 이젠 안정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2기 내각의 출범을 계기로 박 대통령의 지시·독주형 리더십에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정치인 출신의 대거 입각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새누리당의 지역구 의원이고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원외 당협위원장이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교수가 본업이긴 하나 2012년 총선 때 새누리당의 공천심사위 부위원장을 맡은 경력이 있다. 관료와 장군, 법률가를 선호하던 박 대통령이 세월호 이후 국정 운영에서 정치인의 비중을 높이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공무원 사회의 유착과 무책임, 눈치 보기와 끼리끼리 문화 같은 관료주의 병폐와 관련돼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박 대통령이 천명한 국가개조의 핵심 대상도 공무원과 관료주의 문화다. 민심을 비교적 가까이서 살필 수 있는 정치인들이 입각해 이른바 관피아 척결 등 관료 개혁을 투철하게 수행하는 게 그들에게 주어진 사명일 것이다. 다만 최경환 부총리 후보자 외에 발탁된 인물들이 해당 부서에서 얼마만큼 현장 이해력과 업무 장악력을 보여줄지 걱정스러운 면이 없는 건 아니다.

 최 부총리 후보자는 친박 실세다. 대선 때 박근혜 후보의 비서실장과 최근까지 국회 원내대표를 지냈다. 이명박 정부 때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경력도 있어 경제 부처에 추진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 그는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는 같은 위스콘신 학파인 동시에 정치에 먼저 입문한 선배다. 그를 향하는 지나친 권력 집중이 가져올 줄서기나 부패 가능성을 어떻게 차단할 지가 과제다.

 교육·사회·문화 분야를 총괄하게 될 김명수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에겐 원칙과 조화의 균형감각이 요구된다. 6·4 지방선거 때 보수성향 교육감 후보의 단일화 운동을 했던 인물인데 이번에 약진한 진보성향 교육감들과 충돌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교육 현장에 혼란이 없도록 생각의 차이를 지혜롭게 풀어나가겠다는 자세가 요구된다. 박 대통령은 기존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안보실장에다 사회부총리를 신설해 내각을 3개 팀으로 나눠 운용한다는 계획이다. 내각 팀장 제도의 핵심은 자율성 보장이다. 늘 문제점으로 지적된 ‘나 홀로 통치’의 폐해를 권한 위임으로 극복해야 한다. 장관들에게 실질적 인사권을 부여해야 한다. 너나없이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 적고 청와대의 눈치나 살피는 ‘적자생존’의 장관 문화도 싹 바뀌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