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의 등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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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솔제니친」의 소설 『암병동』은 한 암환자의 소생으로 끝이 난다. 그것은 작가 자신의 체험이었다고도 한다. 그는 한때 위암으로 고통을 받았었다.
암은 완치될 수 있다는 확신은 아직 없다. 그렇다고 반드시 생명을 빼앗겨야 한다는 확신도 없다. 이미 유방암의 경우는 상당한 생존율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과연 암을 정복할 수 있을까』하는 근원적인 의문에 의학자들은 한발짝씩 『예스』 쪽으로 다가가고 있다.
지금 전세계에는 적어도 1천만명 이상의 암환자가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그 가운데 6백만명쯤이 절망속에 있다. 이것은 2차 세계대전중 한해의 평균희생자 수와 거의 같다. 인류는 지금 암과의 세계대전을 끝도 없이 벌이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벌써 8년전에 「암특별법」을 제정하고 연10억 「달러」의 예산을 들여 암퇴치 사업을 펴고 있다. 이 예산은 우주개발 계획을 줄여서 전용한 것이다.
한때 미국의 복지운동가들은 『하늘에는 「아폴로」, 땅위에는 암환자』라고 빈정댄 일이 있었다. 70년대에 접어들어 미국은 우주개발 예산의 절반을 암쟁사업에 돌려 놓았다. 따라서 4백여개소의 암연구소는 활기속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전문의학자도 2천2백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부국의 국립 「암협회」에 등록된 환자들의 상황을 자료로 삼아 쉴새없이 새로운 연구결과들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 이 협회에는 화학료법에 관한 「리포트」만해도 1만5천건이나 기록되어 있다. 세계적으로는 해마다 1만건의 보고서들이 발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암은 어느나라 못지 않게 심각한 현실에 있다. 한국남자의 경우, 특히 위·간·폐·직장의 순으로 암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통계적 보고도 있다.
물론 여자도 그 순위는 다르지만 암의 위협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직 암에 관한 공식적인 「데이터」 하나 없는 황무지라는 사실은 또한 놀랍고 한편 더없이 실망을 준다. 그런 자료들은 우선 암을 유발하는 환경요인등을 구명하는데 큰 구실을 할 것이다. 요인의 제거나 억제없이 치유에만, 그것도 불확실한 치유에만 의존하는 것은 너무도 비과학적인 일이다.
최근 보사당국은 암환자의 등록제를 비로소 실시할 모양이다. 종합병원의 「카르테」를 등록하는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등록」, 그 요식만으로는 아무 의미도 찾을 수 없다. 성의있는 연구활동과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암퇴치는 한 개인이나 연구기관의 노력으론 너무 벅찬 과제다.
국가적인 지원과 노력이 함께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환자등록제는 그런 배려의 첫걸음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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