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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점포 「텃세」로 서점내기가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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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독서인구가 늘어나고 도서정찰제 판매가 정착되어가는 출판업계에 최근들어 때아닌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마찰을 빚고 있는 진원지는 서점가. 기존서점들이 일종의 「카르텔」 조직을 형성, 새로 문여는 서점들로부터 가입비 명목으로 10만∼50만원의 입회비를 받고 있으며 이를 내지 못하는 「비회원」 서점의 영업을 공공연하게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출판사는 출판사대로 서점주인들의 눈치를 살피고, 시달리다 못한 신규서점은 속속 문을 닫고 있는 실정. 이같은 현상은 전국적으로 파급돼 곳곳에서 말썽을 빚고 있다.
올해 서울에서 새로 문을 연 1백20여개의 서점중 25개소가 이같은 곤욕을 치르고 있으며 이미 7, 8군데가 문을 닫았다. 또 광주·인천·마산·대구·강릉등 도시에서도 고서점들이 대거 신간서점으로 바꾸려고 하자 기존서점들이 이에 반발, 회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출판사로부터 책공급을 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인근 기존서점들의 이같은 집단행동의 명분은 신규서점들이 난립함으로써 도서유통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것. 이들은 제각기 지구별로 정관을 만들어 신규서점에 의한 상권침해를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이 정관에서 내세우고 있는 공통적인 골자는 ▲신규서점 개업시는 기존서점 5백m 밖에 두어야 한다 ▲회원이 되기 위해 가입금을 내야 한다 (구역별로 10만원에서 50만원까지) ▲승인없이 신규서점을 개업할때는 행동 통일로 막는다등.
이들은 또 지역에 따라 심한경우 『신규서점과 거래하는 출판사 및 총판에 지불할 금액을 본회로 지불하고 본회는 서련으로 납부하여 해결토록 하며 불매, 불판매 1백% 반품과 지불유예, 의원장부를 기초로 세무사찰을 의뢰하는등 조치를 취한다』 (서련관악지부) 는 정관을 채택, 출판사나 총판이 비회원 신규서점에 원천적으로 책공급을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들은 모두 전국서적상조합연합회 (약칭 서련·회장 이병인)지부의 이름으로 이같은 정관을 만들어 기득권을 상호 보장하고 입회비까지 받아내고 있다. 또 이들은 출판사에 공문을 띄워 이같은 단체행동을 받는 일이 없도록 신규서점에 대해 「각별한 고려」를 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대학이 여러개 밀집해 있는 서울 서대문 지역은 특히 심하다. 기존의 8개 서점이 각 대학앞에 하나 또는 둘씩 자리잡고 「카르텔」을 형성하여 새로운 서점을 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E대앞에 발을 들여놓은 D서점도 이같은 텃세앞에 개점 휴업 상태다. 처음에 문을 열자마자 이 지역에서 20년을 해왔다는 E서점 주인이 집주인을 만나 『훨씬 비싼 가격으로 집을 임대하겠으니 책방을 내보내라』고 했으나 집주인이 이미 계약을 끝냈으니 어쩔수 없다고 거절했다는 것.
그러자 얼마후 출판사들이 하나둘 책 공급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서울에서 특히 텃세가 심한 곳은 관악·영등포·성동·성북지구. 관악지구의 K서점이 지난 6월5일 신림동에 문을 열었다가 이같은 곤욕을 치렀고 영등포의 C서점, 성동의 M서점, 성북의 M서림이 출판사와 총판에서 받지 못하는 책을 동대문 대학천 도매상에서 현금으로 사다가 구색을 맞추며 운영해 나가고 있다.
인근 기존서점의 이같은 횡포는 고소사태까지 일으켜 지난 6월 관악구 사당동의 A서점이 S서점을 영업방해죄로 고소하자 이에 맞서 S서점이 무고죄로 A서점을 다시 고소하는 일까지 있을 정도.
이에대해 서련사무국장 이정섭씨는 이같은 텃세는 인근서점의 일이지 본회와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장사가 좀 될만하니까 너도나도 달려드는 현상에 대한 기존서점의 자구책이라고 할 수있다. 그러나 서련으로서는 서점이 늘어나는 것을 반대하지 않으며 반대할 수도 없다』고 말하고 신규서점들도 끼워팔기·할인판매등 정착되어 가고있는 정찰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서련의 입장을 밝혔다.
최근의 이같은 서점간의 불화는 작년 12월1일부터 정찰제가 실시되고 부가가치세 면세조치가 되면서 서점 경기가 좋아진데서 비롯한다.
「마진」폭이 결과적으로 10% 늘어나고 고객들과의 책값할인 시비도 없어져 서점이 점잖게 돈을 벌수있는 「사업」으로 많은 사람이 눈독을 들이면서 부터다.
그러나 책을 사보는 독서인구가 많아지고 출판되는 신간도서도 부쩍 늘어나 기존서점의 진열공간으로 이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점은 더욱 많이 늘어나야 한다는것이 출판 관계자의 말이다.
이웃 일본에서도 책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업서점은 40%에 지나지 않고 60% 가량이 문방구 화장품점등과 겸업으로, 손쉬운 곳에 도서판매대를 두고 있어 부족한 서점의 능력을 「커버」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늘어나는 독서인구에 「서비스」 하기 위해 신규서점에 대한 기존서점의 횡포는 없어져야 하고 우리나라의 출판문화를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공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출판 관계자들온 입을 모은다.
【방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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