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경고 "전 세계 집값 거품 터지기 직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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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부동산 경기를 두고 경고등을 켰다. ‘과열 상태’라는 것이다. 11일(현지시간) 새로 만든 경제지표 ‘세계 주택 관측’을 처음으로 공개하면서다. 지난해 4분기 주택 가격 지수는 123.1로 1년 전에 비해 3.1% 올랐다. 2000년 주택값을 100으로 치고 환산한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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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9개월 연이어 상승했다. 부동산 경기가 최고조에 달해 거품이 터지기 직전이었던 2008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을 지낸 주민(朱民) IMF 부총재가 이번 연구를 책임졌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집값 거품에 대한 ‘의도적 무시(Benign Neglect)’ 전략을 끝내야 할 시점”이라고 적었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가 경기를 끌어올리려는 목적에 주택 가격 상승을 방치해왔다는 얘기다.

 집값은 1년 새 가파르게 올랐다. 선진국, 신흥국 가릴 것 없다. 2013년 4분기 기준 IMF 집계에 따르면 홍콩(10.3%), 중국(9.1%), 브라질(7.4%), 터키(6.7%), 미국(6.6%), 호주(6.6%)에서 부동산 가격이 특히 많이 치솟았다. 단순히 상승 속도만 빠른 게 아니다. 역대 평균 가격이나 국민소득과 비교해도 크게 높다. 부동산 거품이 꺼질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호주·벨기에·캐나다·노르웨이·스웨덴에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주 부총재는 “10년간의 호황 끝에 부동산 거품이 터졌고 그 여파는 미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번졌다. 그리고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를 맞았다. 또 같은 영화를 봐야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1990년대 홍콩, 2000년대 한국이 사용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근본적으로는 통화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세계 부동산 경기 과열에서 한국은 예외다. IMF가 내놓은 수치만 본다면 거품 붕괴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일본과 비슷하다. 한국의 지난해 4분기 주택 매매가는 과거 평균보다 39.7% 낮았다. 소득 수준을 감안한 수치다. 비교 대상 24개국 가운데 꼴찌인 일본(-40.6%) 바로 다음이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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