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성인력의 활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여성인력을 최대한 개발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점은 80년대 고도산업사회에서의 인력난해소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고, 여성의 자기실현이라는 권리 측면에서도 당연한 요청이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전 노동력의 40%에 달하고 있으며, 여성생산연령 총인구의 20.6%가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높은 경제활동 참가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여성인력은 1차 산업과 단순노동직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노동과 직업에는 물론 귀천이 있을 수 없으나, 이 귀중한 인격과 인력이 밤낮 무미건조한 단순노동이나 반복하고 찻잔이나 나르거나 사무실 분위기나 부드럽게 해주는데 그쳐버린다면 그것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여성이나 남생이나 존엄한 인격이요, 능력있는 창조자라는 점에선 손톱만큼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생리적인 차이정도겠으나 이것 때문에 남성과 여성을 차별대우해서도 안되고 그럴 수도 없는 세상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엔 여성의 사회진출과 그에 대한 처우를 편견으로 바라보는 습관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고급 전략직종이나 상급직위는 여성에 대해 여전히「좁은 문」이거나「닫혀진 문」이다. 급여호봉도 여성의 그것은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여성근무 자들의 생리적 특수성을 배려해주는 조치 역시 미흡하다.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도 기껏해야 남성근무자의 보조역으로밖엔 고용되지 못하는 사례도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태는 인력과 자원의 허비일 뿐 아니라 사회정의라는 기준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그러나 조만간 우리사회에도 원하든 원치 않든, 고급 여성인력을 대대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하지 않으면 안될 시기가 닥쳐올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그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 두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여성인력의 활용과 역할증대를 위해선 우선 무엇보다도 남녀 다같이 의식의 쇄신과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하겠다. 남성 즉, 가장이나 사용주·관리자들은 여성의 사회진출을「남성영역에의 침범으로 경계하기보다는 공동체 속에서의 불가결한 협력자요 제휴자로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할 것이다.
한편 여성의 입장에선『대학공부는 시집 잘 가기 의한 간판 따기』로 보는 발상, 또는 『직장이란 시집갈 때까지의 간이역』에 불과하다고 보는 사고를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그리고 직업관과 근무자세에 있어서도 좀더 진지하게 달라붙고 몰입할 줄 아는 성의와 실력을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적·국가적으로는 여성을 위한 고급 전략직종을 더 많이 개발하고, 현재 남성만으로 충당되고 있는 다수직종을 여성기능직으로 대체하는「프로그램」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각 직장이나 정책 부서에서 여성에 대한 직업훈련과 재교육을 강화함과 아울러 기혼여성의 편의를 위한 탁아소 확충과 산전 산후의 휴가실시도 현저히 보장돼야 하겠다.
다만 한가지 부언하고자 하는 것은 사회적 상위로서의 여성인력 개발문제와 특징「그룹」의 한 유행적「캠페인」으로서의「여성해방」운동과는 반드시 동일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여성특유의 고귀한 품성과 가정의 신성성이 보전되는 가운데 한국여성들의 창조적인 사회봉사가 신장되기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