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납득하기 어려운 誤報백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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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청와대가 대통령직 인수위 활동 기간 중 언론의 이른바 오보(誤報) 백서를 내놓았다. 청와대는 "우리 언론의 고질병으로 지적돼온 왜곡.과장 보도 등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이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독자의 신뢰를 잃게 되는 오보를 가장 경계하고 반성해야 하는 언론으로서는 이 백서를 좋은 반면교사로 볼 수도 있다. 그런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그 백서가 사실에 입각하고 공정해야 하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그러나 이 백서는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많아 청와대가 언론의 보도를 왜곡.과장 해석했다는 역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예컨대 추측성 작문기사로 분류한 '공정거래위에 사법경찰권 부여'와,'대기업의 금융기관 계열분리 청구제 추진'보도는 그 내용이 인수위가 활동을 마치며 내놓은 백서에도 표현만 조금 다를 뿐 그대로 들어 있다.

그렇다면 인수위 백서도 오보백서란 말인가. 청와대 조직 비대화를 지적한 보도도 일부 신설 장관급 위원장들이 비서실 조직이 아니라 대통령직속기관이라는 이유를 들어 오보라고 주장했다.

곁가지로 본질을 호도한 것에 다름 아니다. 심지어 대변인이 고개를 돌린 사진까지 "의도가 있다"고 비난했다.

더군다나 같은 보도를 한 신문 가운데서도 일부 신문만 적시하는가 하면 방송과 인터넷 매체의 오보 사례는 한 건도 포함하지 않은 불공정성은 청와대의 또 다른 의도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오보는 당연히 언론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그렇지만 국민이 정부정책을 정확히 알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인수위가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을 막고, 사실 확인에도 소극적이었던 데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은 유감이다.

요즘 청와대 대변인과 수석비서관들이 충실치 못한 브리핑을 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기자들의 취재요청을 피하면서 언론에만 부실보도의 책임을 돌린다면 이 또한 무책임한 일이다.

정부가 오보를 진정으로 막으려면 취재원접근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도록 노력해야지 언론을 흠집내는 데 열을 올려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