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브라질 월드컵] 컨디션 회복, 시간과의 싸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4면

브라질 월드컵 본선이 코앞인데 축구대표팀이 흔들린다. 미국 전지훈련을 통해 ‘경기력’과 ‘자신감’을 모두 끌어올리고 브라질에 입성하길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가 됐다. 가나와의 A매치 평가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지긴 했어도 전체적으로 상대에게 많은 역습 기회를 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홍명보(45) 감독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흔들렸다.

 한국은 10일 미국 마이애미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나와의 맞대결에서 0-4로 완패했다. 전반 10분 만에 상대 미드필더 조던 아예우(23·마르세유)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데 이어 전반 43분에 아사모아 기얀(29·알아인)에게 추가골을 내줬다. 한국은 아예우에게 후반 8분과 44분에 한 골씩 더 잃어 해트트릭의 희생양이 됐다. 월드컵 본선 직전에 치른 역대 평가전 중 최다 실점 패배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최다 실점(4골) 타이 기록이기도 하다.

 선수단이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게 가나전 부진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대표팀은 지난달 31일 훈련지인 미국 마이애미에 입성한 이후 컨디션 저하로 고전했다. 지난달 28일 치른 튀니지와의 A매치 평가전 패배(0-1) 여파에다 13시간의 시차, 황열병 예방주사 후유증, 변덕스러운 날씨 등 악재가 겹친 결과다.

 무거운 몸과 함께 선수단 분위기도 잔뜩 가라앉았다. 지난 5일 홍 감독이 비공개 전술훈련을 급히 취소하고 선수단에 휴가를 준 건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훈련이 본궤도에 오른 건 휴식 다음 날인 6일부터다. 실질적으로 나흘가량 발을 맞추고 평가전에 나섰다. 가나전을 마친 직후 미드필더 이청용(26·볼턴)은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컨디션이 60~70% 수준”이라고 털어놓았다. 경기에 앞서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의 몸이 80~90%까지 올라왔다”고 밝힌 것과 차이가 있다.

 전술과 선수 기용에도 문제가 있었다. 홍명보호는 전지훈련에서 역습 차단 및 측면 위주의 신속한 공격 훈련을 반복했지만, 실전에서는 가나의 강한 압박과 견고한 수비진에 꽁꽁 묶여 효과를 보지 못했다. 홍 감독은 두 골을 뒤진 채 시작한 후반에도 이렇다 할 전술 변화 없이 포지션별 선수 교체로 일관해 패배를 자초했다.

 수비라인에 대한 실험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 또한 불안 요소다. 홍 감독은 가나전에 선발로 나선 포백 멤버 중 좌우 측면의 윤석영(25·퀸스파크레인저스)과 김창수(29·가시와), 중앙수비수 곽태휘(33·알힐랄) 등 세 명을 경기 도중 교체했다. 이들을 대신해 박주호(28·마인츠)·이용(28·울산)·홍정호(25·아우크스부르크)가 그라운드에 나섰다. 월드컵 본선 직전까지 수비라인의 구성을 확정 짓지 못한 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여기저기 수리할 곳이 많은데 시간은 부족하다. 대표팀은 11일 월드컵 본선 기간 중 베이스캠프로 정한 브라질의 포스 두 이구아수에 입성한다. 훈련은 12일부터 가능하다. 러시아와의 H조 첫 경기(6월 18일) 전날인 17일까지 엿새 중 이구아수에서 첫 경기 장소 쿠이아바로 건너가는 이동일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은 닷새뿐이다. 경기력과 정신력을 단기간에 향상시킬 비책이 필요하다.

 축구협회 의무분과 부위원장인 나영무 솔병원 원장은 “가나전을 망쳤다고 오버페이스를 해서는 안 된다. 코칭스태프의 지시를 따르면 남은 기간 100%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긍정적인 이미지 트레이닝과 규칙적 생활이다. 브라질로 들어가면 시차·기온 등에 잘 적응하기 위해 숙면이 중요하다. 잠이 안 오면 수면제라도 먹고 푹 자는 게 좋다”고 말했다.

마이애미=송지훈, 박소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