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월드컵 D-4] 세워라, 용의 발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10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가나와의 평가전은 브라질 월드컵 최종 리허설이다. 키 플레이어는 기성용이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스티븐 제라드처럼 중원 사령관으로 공수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중앙포토]

2002 한·일 월드컵은 한국이 세계 축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무대였다. 12년이 흐른 뒤 맞이한 브라질 월드컵은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이다. 4강 신화의 주인공들이 무대 뒤편으로 전원 퇴장한 가운데 그들을 보며 국가대표의 꿈을 키운 다음 세대가 주축이 돼 치르는 첫 번째 월드컵이다. 10일 미국 마이애미 선 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아프리카 강호 가나(FIFA 랭킹 37위)와의 평가전은 한국(57위)의 월드컵 본선 경쟁력을 미리 볼 수 있는 무대다.

 지난달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튀니지와의 평가전(0-1 패)은 한국 축구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한 수 아래로 여긴 상대를 맞아 선제 실점 이후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끌려다녔다.

 홍명보(45) 감독은 패배의 원인을 조직력 부재에서 찾았다. 유럽파와 국내파, 일본파 등 서로 다른 무대에서 뛰던 선수들이 제각각의 몸 상태로 모여 경기를 치르다 보니 경기력이 들쭉날쭉했다.

 지난달 31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한 대표팀이 공을 들인 부분은 두 가지다. 우선 역습 상황에서 빠르고 간결한 패스워크로 신속하게 상대 위험지역을 공략하는 것이다. 박주영(29·아스널)과 김신욱(26·울산)을 꼭짓점으로 두고 공격자원들을 두 조로 나눈 뒤 4~5명이 5~6차례 신속한 패스를 거쳐 골로 연결하는 훈련을 반복했다.

 세트피스 훈련에도 집중했다. 코너킥과 프리킥 등에서 나올 수 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공격과 수비로 나눠 세밀하게 준비했다. 홍 감독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세트피스는 가장 손쉽게 득점할 수 있는 방법이자 가장 쉽게 골을 내줄 수 있는 위기상황이기도 하다”면서 “공격과 수비에 여러 가지 패턴플레이를 준비해 본선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명보호는 러시아와의 H조 1차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모든 훈련의 초점이 ‘러시아전 승리’에 맞춰져 있다. 가나전에서는 기성용(25·스완지시티)을 중심으로 한 패스워크 플레이를 점검할 예정이다. 기성용은 홍명보호 전술의 구심점이자 경기 흐름을 지배할 그라운드 리더다. 중앙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공격과 수비에 능동적으로 가담하는 것은 물론, 위기 상황에서 동료들을 다독이는 것까지가 기성용의 몫이다. 마이클 에시엔(32·AC밀란) 등 세계 정상급 미드필드진을 갖춘 가나와의 허리 싸움에서 승리하면 자신감을 끌어올릴 수 있다.

 기성용은 의욕이 넘쳤다. “4년 전(남아공 월드컵)에는 나도 어렸고, 형들에게 많이 의지했다”고 말문을 연 그는 “지금은 대표팀 연령대가 낮아졌지만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포지션별로 자리 잡고 있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가나는 미드필드진의 역량이 매우 강한 팀이다. 내 역할에 따라 우리 팀 전체가 밀릴 수도 있고, 반대로 흐름을 주도할 수도 있다. 경기 흐름에 휘말리지 않고 냉정하게 팀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마이애미=송지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