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자치 단체장은 중앙 정치 식민지 벗어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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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6·4 지방선거로 민선 자치단체장 6기가 출범하면서 한국의 지방자치도 성년을 맞이했다. 이제는 지방자치단체가 단순히 중앙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일선 행정기관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요구를 실현시키는 주체가 되어야 할 때다.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지방=중앙 정치의 식민지’라는 도식은 오히려 굳어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쟁점은 ‘박근혜 정권 심판이냐, 수호냐’였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유세도 중앙 정치의 대리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 지역의 중요한 경제·교육·복지·환경 문제가 쟁점화되지 않았다. 선거가 막을 내린 지금은 당선된 광역 단체장 후보들이 2017년 대선에 주자로 나설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초부터 광역까지, 후보부터 유권자까지 양당 대결 구도에 철저히 포획돼 있는 것이다.

 1995년 지방선거 실시 후 20년이 된 지금까지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더욱이 우리 지방자치는 아직껏 재정과 행정을 중앙정부에 의존하고 있다. 지방세 비중과 자치사무 비율이 모두 20%씩에 불과해 “2할 자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치단체들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1995년 63.5%에서 2008년 53.9%, 2013년 51.1%로 낮아졌고 올해는 44.8%까지 급락했다. 전국 244개 기초 자치단체 중 124개가 자체 세입으로 인건비를 충당하기도 곤란한 형편이다(지방분권촉진위원회 자료).

 지방자치가 이러한 처지에 놓인 이유는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유권자 손으로 뽑으면 주민자치가 저절로 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한 데 있다. 단체장·지방의원 직선은 지방자치의 필요조건으로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합리적 사무·재원 배분 등 실질적인 분권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지방자치는 그림 속의 떡에 그칠 뿐이다. 이번에 선출된 단체장들은 지방분권과 주민자치의 정신이 실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중앙과 지방의 협치(協治)를 위해 과감한 행정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