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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조사선 김진표 웃고 개표 초반엔 남경필 웃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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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남경필 새누리당 경기지사 후보가 선거일인 4일 오전 수원 매산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왼쪽 사진). 남 후보는 김진표 새정치민주연합 경기지사 후보와 출구조사에서부터 개표가 끝나는 순간까지 치열한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오른쪽은 김 후보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의정부시청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사전투표하는 모습. [뉴스1]

예상대로 접전이었다. 수도권 선거의 승패를 가를 경기지사 선거에선 지역별 투표함이 열릴 때마다 양 진영의 희비가 엇갈렸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발표에선 51% 대 49%로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가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를 앞섰다. 김 후보 캠프에선 환호성이 나왔다. 남 후보 캠프에선 “어떻게 된 거냐”는 웅성거림이 이어졌다. 캠프에선 “선거 막판 김 후보의 추격전이 너무 거셌다”는 말도 들렸다.

 하지만 개표가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출구조사에서 2%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왔던 남 후보가 시작부터 4~5%포인트 앞서나가면서 캠프에는 “이대로만 가면 된다”는 희망찬 목소리가 나왔다. 초반 분위기는 남 후보의 페이스였다. 캠프에선 “남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며 “유리한 지역의 투표함이 열리면 차이를 더 벌릴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투표함을 열 때마다 격차가 달라지면서 남 후보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었다. 이날 자정을 넘기면서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었다. 개표가 18%가 진행된 5일 오전 1시의 득표율은 51.0%대 49.0%로 2.0%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남 후보 캠프의 이종훈 대변인은 “새벽 1시가 됐는데도 개표 진행률이 너무 낮아 당락을 확신하기 어렵다”며 “아직 개표가 이뤄지지 않은 지역 중 양측이 각각 유리한 지역구가 섞여 있어 3~4시는 돼야 확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당이 62%의 투표율을 기록하는 등 여당 후보에게 다소 유리한 지역의 투표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부천·고양 등 야권 우세지역의 투표율이 낮아 결국 2%포인트 선에서 남 후보가 이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빙의 상황을 예측한 듯 남 후보는 개표 방송 때 캠프에 나타나지 않았다. 방송을 함께 시청하려던 계획을 돌연 취소했다. 대신 정병국 공동선대위원장과 김학용 경기도당 위원장이 상황실을 지켰다. 남 후보는 혼자 있었다. 그는 본지 통화에서 “(국회의원) 초선 선거 때도 오늘처럼 비슷한 상황이었다”며 “그때도 혼자 결과를 지켜봤다”고 했다.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선 “일단 지켜보자. 끝까지 두고 보자”고만 했다. 정병국 선대위원장도 “최선을 다했고, 어떤 결과가 나와도 경기도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다”고 했다.

 김진표 후보 캠프는 출구조사 결과에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기자들에게 당선소감 등을 미리 보내기도 했다. 지난달 11일 김 후보가 새정치연합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될 때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이상 앞서가는 남 후보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날 출구조사에서 오차범위 이내에서나마 승리한 걸로 나오자 “대역전극”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커졌다. 하지만 출구조사와 달리 초반 열세를 보인 것에 대해 캠프 관계자는 “개표가 끝날 때까지 속단하기 어렵다”며 “2~3%포인트 안팎에서 결판이 날 것 같다. 낙관은 금물이지만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경제부총리 출신의 김 후보가 경기도민들께 믿음을 줬다”고 했다. 선거 사흘 전부터 ‘무박 3일’ 강행군을 벌인 김 후보는 이날 선거사무소에 나타나지 않은 채 집에서 개표 결과를 보고받았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무박 3일이라고 했지만 선거 당일에도 90대 노모를 투표소에 모셔다 드리고 교회에 가서 기도하느라 ‘무박 4일’이 됐다”며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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