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료 내고 진료비도 다 물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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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아버지는 간경화 말기, 파출부 일을 하는 엄마와 언니는 디스크 환자다. 나도 1년7개월간 허리 디스크 때문에 누워 지냈다. 2년치 부당이득금 6백여만원을 내라고 한다. 몸은 다시 아파오는데 어떻게 이 굴레에서 벗어날까. "

'건강보험 기타징수금을 반대하는 모임'의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梁모(30)씨의 글이다.

부당이득금이란 3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않아 보험자 자격을 상실한 상태에서 진료를 받았을 경우 건강보험 재정이 지급한 진료비를 말한다.

건강보험법에 따르면 보험자격을 잃은 상태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본인이 진료비를 전액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각 병원이 환자들의 건보자격 정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탓에 체납자들이 건강보험을 적용해 진료를 받았을 때다.

공단은 우선 병원에 이들의 진료비를 지급한 뒤 체납자들로부터 이를 거둬들인다.

체납자가 밀린 보험료를 연체료까지 붙여 내면 보험자격이 회복되지만 부당이득금은 연체 보험료 납부 여부와 관계 없이 내도록 돼있다.

이 때문에 체납자들은 '이중과세'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밀린 돈을 안 낸다면 부당이득이겠지만 밀린 돈도 내고 진료비도 물어내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공단 측은 정당한 제재라고 맞서고 있다. 이런 제재가 없으면 보험료를 연체하다가 필요할 때만 보험료를 내는 식으로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이 크게 늘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35만7천여명이 건보료를 체납한 상태에서 2백6억원 상당의 진료를 받았다. 이 중 부당이득금을 납부한 사람은 30%뿐이다.

특별취재팀=신성식.정철근.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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