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효과 과학적으로 입증 안 된 '짝퉁 유산균'은 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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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청뇌청(腸淸腦淸)’. 동의보감의 한 구절로 ‘장이 깨끗해야 정신이 맑아진다’는 뜻이다. 장이 건강하면 질병에 대항하는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입증됐다. 덩달아 장 건강을 지키는 수퍼 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1g당 1억 마리 이상의 유익균) 제품의 인기도 높아진다. 그렇지만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해서 다 똑같은 건 아니다. 살아 있는 균이 쉽게 상하지 않고, 장 건강을 돕는 효과는 입증받았는지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장은 세균과의 전쟁터다. 각종 유해균과 유익균이 뒤범벅돼 있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장내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두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먼저 장까지 살아서 가야 한다. 유산균이 위산·담즙을 견뎌내고 살아서 장까지 도달하기는 쉽지 않다. 살아 있는 미생물이라서 산에 약하다. 장에 도착했더라도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장에 제대로 안착해 유해균과 싸우고 유익균을 도울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1990년대 초, 스웨덴에서는 이 두 가지를 충족하는 유산균을 찾아냈다. 락토바실러스균의 한 종류인 Lp299v(제품명: 세노비스 프로바이오틱스)다. 스웨덴 룬트대학에서 외과의사·미생물학자·영양학자로 구성된 연구진이 5년간 100여 개의 임상연구 끝에 발견했다. 이들이 유산균에 주목한 건 장 기능이 떨어졌을 때 각종 질병에 쉽게 노출된다는 점이 밝혀지면서다. 장에서 독소나 해로운 박테리아를 걸러내지 못해 혈액으로 내보내기 때문이다.

위산·담즙 견뎌내고 살아서 장까지 도달해야

대표적인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인 Lp299v는 위산에 강하다. 장에 도착했을 때는 장벽에 착 달라붙어 유해균이 장벽에 붙지 못하게 막고, 유익균이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장 안쪽 벽에는 외부 물질을 받아들이는 ‘수용체’라는 게 있는데 Lp299v는 그중 만노스(mannose, 탄수화물 성분의 단당류)란 수용체와 잘 부착하는 성질이 있다. 스웨덴 유산균 전문사 프로비(Probi)사의 연구원 젭슨(전 룬트대학병원 외과교수) 박사는 “Lp299v가 대장균·살모넬라균보다 먼저 만노스 수용체와 결합하면 유해균들이 장내에 정착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말했다. 장벽에 달라붙는 Lp299v의 특성은 유럽·미국을 비롯해 국내에서 특허로 인정받았다.

제품이 장 건강에 효과가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는지도 좋은 프로바이오틱스를 판별하는 요건이다. 프랑스 루앙대학병원 소화기내과 필립 교수팀은 변비·설사·더부룩함·아랫배통증 같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는 환자 105명에게 4주간 Lp299v가 주원료인 프로바이오틱스를 1캡슐씩 먹게 했다. 그 결과, 환자의 78%가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세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보관 시 균 생존능력이 효과 좌우

제품에 표기된 유산균 수가 유통기한에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프로바이오틱스는 환경에 민감하다. 섭취 전 보관 온도·습도에 따라 변형하거나 사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유통기한은 1년~1년 6개월로 다른 건강기능식품보다 짧고, 냉장보관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일부 제품은 포장 기술력으로 이 같은 한계를 극복했다. 예컨대 세노비스 프로바이오틱스 같은 제품은 빛·공기를 차단하고, 온·습도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알루미늄 밀폐포장 기술로 균수를 유지한다. 온도 30도, 습도 75%의 상온에서 실험했을 때 알루미늄 밀폐포장은 플라스틱(PVC·폴리염화비닐) 포장에 비해 균을 유지하는 효과가 탁월했다. PVC 포장은 330억 마리이던 유산균이 24개월 후 1억3000만 개로 0.5% 이하까지 줄었지만, 알루미늄 포장은 380억 개에서 180억 개로 50% 가까이 보존됐다. <그래프 참조>

 알루미늄 밀폐용기를 사용한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유통기한은 2년까지 늘었고, 상온에서 보관해도 문제가 없다. 식약처가 권장하는 유산균 섭취량은 1일 최대 100억 마리다. 프로바이오틱스 1캡슐로 간편히 충족할 수 있는지 여부도 따져본다.

글=이민영 기자 ,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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