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표기의 통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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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한국신문편집인협회는 문교부에 대해 외래어 표기법의 통일과 재조정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편협은 76년 가을 보도용어 통일에 관한 공동심의에 착수하여 77년 4월 통일된 외래어 표기법을 성안한바 있으며, 이를 기초로 현행 교과서식 표기법이 내포하고 있는 불합리 점을 하루속히 시정해 주도록 요청했었다.
문교부는 이에 대해 편협 측의 건의사항을 긍정적인 관점에서 고려할 뜻을 시사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이렇다할 단안이 내려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문교부의 입장에서는 물론 교과서 수정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은 까닭에 이 문제를 하루아침에 속결하기가 힘들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문제가 국민언어생활의 기본적 요건에 관계되는 사항인데다 언문정책이란 한 나라 문화 기반의 가장 기초적인 초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이것을 언제까지나 천연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1958년 제정되었다는 현행 교과서식 외래어 표기법은 한 마디로 기계적 법칙주의의 비현실성이란 폐단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 결과 현행 교과서식 표기법은 그 어떤 법칙성에는 충실하다 할지 몰라도 외국의 고유명사나 보통명사를 그 나라 원음 그대로 정확히 전달한다는 본래의 사명에는 완전히 실패하고 있다. 가령 NEWYORK라는 미국의 지명을 우리말로 옮겨 쏜다고 할 경우, 이것을 현행 교과서식대로 표기한다면 뉴우요오크가 되는데, 영어 원음에 익숙치 못한 국민학교 학생이나 시골 촌노가 이것을 문자 그대로 「뉴·우·요·오·크」라고 고지식하게 발음했음 때 이것이 과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하나도 없을 것이다.
NEWYORK는 어디까지나 뉴욕이지 「뉴·우·요·오·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NEWYORK를 뉴욕이라고 표기했을 경우 NEW와 YORK의 장음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겠냐는 반문이 당연히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상 괘념할 일이 못 된다. 똑같은 눈이라도 눈(안)은 단음이고 눈(설)은 장음임을 누구 나가 다 경험적으로 알고 있듯이 NEWYORK란 지명도 반드시 길게 늘여서 발음하는 법이라고 사회적으로 『약속하고 관용하기만 하면』그만인 까닭이다.
Picnic·Olympic 하는 경우의 파열음 종성의 표기 역시 마찬가지다. 피크니크·올림피크를 원칙으로 하되, 피크닉· 올림픽을 관용표기로 인정해 쓰면 그만이다. 구태여 원음에 가깝게 표기한다고 하여 복잡다단하게 만든 원칙은 도리어 부작용만 가져올 뿐이다.
일본사람의 이름이나 지명을 표기하는데 있어서도 현행 표기법은 완전히 비현실적이다. 동경을 토오쿄오 전중을 타나카로 표기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여간해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전중이 어째서 다나까가 아니고 타나카란 말인가. 이것은 아마도 다나까를 로마나이즈하여 TANAKA로 표기한 것을 또다시 기계적으로 사음하려는 데서 나온 표기법인 모양인데 사실왜곡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행 교과서의 표기법은 그나마 자체통일성도 결여하고 있다. Montgomery만 해도 인명의 경우는 몽고메리, 지명의 경우는 몬트거머리로 달리 쓰고있다. Marshal도 인명은 마아셜이요, 지명은 마아샬이다. 어학자와 지리학자의 상반된 고집이 낳은 모순인 것이다.
이런 많은 잘못과 결함을 돌아볼 때 문교부로서도 이젠 무언가 뚜렷한 단안을 내려야만 하겠다. 그리고 그 경우 가장 존중되어야할 사항은 『글이란 선험적 법칙성 이전에 현실적 적합성에 더 충실해야 할 것』이란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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