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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창의적 학습이 장점 … 개인정보 유출 방지 대책도 필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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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호 14면

스마트교육은 한마디로 21세기 개방형 맞춤 학습이다. IT 기술과 서비스를 교육환경에 접목해 좀 더 자기주도적으로, 창의적으로,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 수업 방식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스마트교육의 빛과 그림자

스마트교육의 장점은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데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학습 능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태블릿 PC 등 IT 기기를 활용하면 교실뿐 아니라 지하철이나 커피 전문점 등 다양한 장소에서, 그리고 자신이 원할 때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또 스마트 교육을 통해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해짐으로써 일방적인 교육(teaching)이 아니라 함께 배우는 공동학습(co-learning)으로 진화할 수 있다.

스마트교육은 이명박 정부 때 기존 교육과 차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정작 핵심 쟁점에 대한 논의는 부실했다. ‘왜(Why)’만 있었을 뿐 ‘무엇을(What)’이나 ‘어떻게(How)’는 뒷전에 밀려나 있었다. 또 비용과 효율성을 따지긴 했으나 위험과 부작용은 계산에 넣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학생의 프라이버시 문제다.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IT 기업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에 대비해 튼튼한 예방 장치를 마련해야 하지만 국내 교육계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스마트교육의 그림자라고 할 수 있는 이 문제엔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 것인가.

전 세계 초·중·고교 학생 수는 14억 명이다. IT 조사 전문업체 가트너는 향후 5년간 태블릿 PC 등 개인용 교육 도구가 5억 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교육용 앱, 클라우드 컴퓨팅과 무선인터넷망 구축 등 스마트교육을 위한 필수 요소들도 따라 붙는다. IT 기업들에 스마트교육은 미래의 노다지 시장인 셈이다.

그러나 일부 IT 기업들의 욕심은 보다 큰 곳에 있다. 교육용 앱과 시스템 등을 무료로 배포하는 대신 이를 이용하는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분석해 다른 회사에 판매하는 데 진짜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 경우 폭력물이나 선정적 내용까지 포함된 맞춤형 상업광고에 학생들이 노출될 위험에 놓이게 된다.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은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이라 불리는 정교한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관심과 소비 행태를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고 있는 이유다.

미국의 대표적 IT 인권운동가인 제프 굴드는 지난 3월 개인정보보호 범국민운동본부가 개최한 ‘학교개인정보보호, 무엇이 문제인가’ 정책 포럼에서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데이터 마이닝 기법을 통해 자사 서비스 사용자들에게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선 학교에 제공되고 있는 교육용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무차별적으로 광고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지난해 미국의 비영리 IT 단체인 세이프거버(SafeGov)가 영국 218개 학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학교의 74%가 “클라우드 제공자(거대 인터넷 업체)의 데이터 마이닝이 학생 프라이버시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실제로 학생 정보를 몰래 수집한 사례가 있을까. 지난해 지메일(Gmail)의 정보수집사건으로 벌어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집단 소송에서 구글 측 변호사가 “(구글의 교육용 제품인) 구글 앱스 포 에듀케이션(GAFE)에서 사용자가 광고 제공을 원치 않는다고 의사 표시를 했는데도 광고 목적으로 이메일을 스캔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경화 학부모정보감시단 대표는 “학생들의 개인정보 보호의식이 사실상 부재해 사이버 왕따와 사이버 폭력은 물론이고 경품 이벤트나 무료 다운로드를 통해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학생의 프라이버시는 학생 인권 보호 차원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할 사안이다. 문제는 학부모들이 개인정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보안장치 마련 등 학교의 책임도 강화해야 하지만 학부모들이 보다 책임감을 갖고 자녀들의 개인정보 보호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이제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개인정보 보호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개인정보를 인권의 범주 안에 포함시켜야 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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