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 역사의식정립 아직도 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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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의 역사학은 오늘의 시대정신이 요청하고 미래에의 「이미지」를 실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반성과 첩수의 의미를 내포한 이 의문은 최근 역사학계의 가장 큰 과제로돼있기 때문에 금년도 역사학대회의 공동주제로 취택됐다.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 경 제사· 고고미술사· 과학사의 6개 부문이 공통 참여하는 이 대회는 26, 27양일간 서울대교수회관에서 50여명의 연구발표가 베풀어지는 규모 큰 학술대회. 이들 발표에 앞서 26일 하룻동안은 『역사학과 역사의식』이란 공통주제아래 민당홍 (서울대), 강우철 (이대) 문두기 (서울대), 윤병석 (인하대) 제교수가 주재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역사의식이란 앞을 내다보는 현재를 정확히 알기위하여 과거의 역사를 해서하는 자세. 그것은 역사관이란 말과도 다르다. 사관은 개인적인 태도이며 역사 해석을 위한 기초 이론인데 비하여, 생기있는 역사의식은 종래의 여러 가지 사관을 비판함으로써 새로워 지려는 시대정신의 집단적 소산이다.
이점 민당홍 교수는 오늘의 한국사분야에서 반성해야할 가장 긴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는 새로운 주체적 한국역사상의 정립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식민지사관을 탈피하려는 노력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우리 역사를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 파악하려는 구체적 연구는 부진하다는 지척이다.
둘째로 학제의 전체적 동향은 아직도 단편적이고 낡은 고증사학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구를 위한 연구, 논문을 위한 논문, 직업적 업적위주의 논문등이 대다수여서 반성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정부나 연구재단에서 지원해주는 체제 (연구지원체제)가 1년단위로 단기간의 성과를 요구하는데도 기인한다. 그보다 긴 안목에서 종합적이고 협동적인 연구활동이 요청된다.
세째는 뚜렷한 방법론과 개념의 모호함이다. 개발적인 연구는 언제나 전체적 관련아래 행해져야하며 이론과 방법론에 내한 끊임없는 반성과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세에 편승하려는 졸속한 사이비한국연구는 진정한 한국연구를 저해하고 잘못 이끌 위험성이 크다고 민 교수는 주장했다.
윤병석 교수는 근래 발표된 한우근 이기백 김철준 천관우 김용덕 이우성 김용학 강만길 제씨의 견해를 소개하면서 이 분야의 연구 활동이 어디까지 왔나하는 현황 진단을 했다.
즉 식민지사관을 씻으려는 노력은 일제침략과 그 지배기를 규정하려는데 치우쳐 현재를 강력하게 특정짓는 체계적 이해기준을 등한히 했다. 민족사학은 과거 민족주의의 고취와 투쟁에 공이 컸으나 그 이론에 커다란 변질을 일으키지 않는한 이제는 존재의의가 희박해졌다.
또 최근 10년내 실증사학에 대한 비만이 짙어졌다. 그런 연구방법은 다음단계의 문화로 전환할 때 방향을 결정할 사상적 노력이 없고 역사와 문화전통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지 않으려는 기형이 돼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의 사회경제사학은 왜곡, 날조된 사학으로 모든 주민은 그것에 따르는 역사의식을 강제 당하고있다.
새로운 민족사관이나 새로운 한국사가 민족의 현실을 기준으로 한데서 출발해야 함은 틀림없으나 그것을 성립하는데 매우 어려운 고민에 파묻혀 있다고 윤 교수는 토로했다.
중공에 있어서 역사의식의 전개문제를 발표한 민두기 교수는 역사를 현실비판의 기준으로 삼은 모택동사상을 비판했다. 즉 역사학이 제대로 감당할 수 없는 너무 큰 효과를 위해 동원되고 있다고 지적, 정치권력이 요구하거나 정치권력이 좋아할듯 싶은 답을 마련하기 위해 역사학을 동원하는 웃음거리를 빚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 교육의 측면에서 역사의식을 살핀 강우철 교수는 『왜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가?』하는 목적을 제기했다.
강 교수는 역사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역사의식을 높여주는데 있다고 전제, 단순히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식에 공헌하고 생활인의 지혜로 받아들이는등 여러가지 성과를 기대하면서 가르쳐야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특히 역사의식이 학교에서의 수업이나 역사책에 의해서만 발달되는 것이 아니므로 문학작가나 대중매체를 통한 교육 효과를 외면하면 국민의 역사의식 형성에 그만큼 잘못이 생긴다그 경고했다.
【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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