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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백상에 온 그대, '별' 보러 온 그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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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올해로 50살을 먹은 백상예술대상이 성대한 생일파티를 열었습니다. 그 파티에는 올해 TVㆍ영화에서 빛을 발한 많은 ‘별’들이 초대되었죠. 그러나 그들 이외에도 중요한 초대 손님이 더 있습니다. 바로 그들을 축하하기 위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 ‘관객’입니다. 이번 시상식의 현장 스케치는 화려한 스타들이 아닌 관객들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한 해 동안 고생한 결과물을 받는 스타들을 위해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아끼지 않은 관객들의 이야기입니다.

백상예술대상 현장은 행사 시작 전부터 몰려든 관객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현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특징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양한 연령대였다. 교복을 입은 10대 청소년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관객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김수현을 보기 위해 5시간 전부터 기다렸다는 67세 할머니는 언론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듯 사투리를 쓰던 40대 아저씨는 물론, 중국어로 ‘김수현’을 쉴 새 없이 외치던 중국인 팬들까지 지역과 국적 또한 다양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객들이 시상식에 오기까지의 방법도 각양각색이었다. 이번 시상식은 주최 측이 배부한 초대권이 있어야만 입장이 가능했다. 초대권은 이벤트나 팬클럽 방청신청 등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인 A교수의 제자들처럼 지인에게서 표를 얻어 들어온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법으로 표를 얻지 못한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은밀한(?) 거래를 통해 입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별’을 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백상으로 모여들었다.

응답하라, 2014 대세

‘백문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뜻으로, 직접 경험해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이 한자성어는 현재 대중문화의 ‘대세’가 누구인지를 확인할 때도 해당하는 말이다. TVㆍ영화를 아우르는 국내 최고의 대중문화 시상식인 백상예술대상에 참석한 관객들의 반응은 현재 가장 ‘핫’한 스타가 누구고, 또 작품은 무엇인지 피부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었다.

먼저 TV부문 신인상 후보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대세 드라마를 확인해볼 수 있었다. 그 주인공은 작년 말 ‘응사 열풍’을 몰고 왔던 TVN의 ‘응답하라 1994’. 신인상 후보 작품에 출연했던 정우, 김성균, 바로, 그리고 도희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관객석에선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 같은 드라마에 출연한 고아라가 TV부문 여자 최우수상 후보로 소개될 때에도 마찬가지의 반응이 이어지면서 대세 드라마 중 하나임을 입증했다.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JTBC ‘밀회’에도 반응이 쏟아졌다. 두 드라마의 주인공인 이보영과 김희애의 등장은 관객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두 배우를 바라보는 여성 관객의 반응이었다. “우와” “진짜 예쁘다” “장난 아니네” 등등 탄성을 절로 내뱉는 등 동경의 눈빛으로 그녀들을 축하하는 모습이 보였다.

영화부문에선 단연 2관왕의 ‘변호인’이 돋보였다. 작품과 출연한 배우들이 후보로 등장할 때마다 함성과 함께 큰 박수가 쏟아졌다. 특히 영화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양우석 감독과 같은 부문 대상 수상자인 송강호의 수상소감은 소란스러웠던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며 관객들을 몰입하게 했다. 또한 영화부문 남자 조연상을 수상하기 위해 나온 이정재는 부상으로 인해 팔에 깁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깁스해도 멋있네”라는 말을 들으며 여심을 흔들었다.

SBS `별에서 온 그대`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김수현과 전지현. [사진 JTBC]

그러나 이러한 환호를 뛰어넘는 이들이 있었으니 3관왕을 거머쥔 SBS의 ‘별에서 온 그대’이다.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별그대’ 열풍이 과장이 아니듯 ‘별그대’와 관련된 것이 나올 때마다 현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영화부문 신인상 수상을 통해 식의 초반부부터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 ‘3관왕의 주인공’ 김수현이 화면에 모습을 비출 때마다 여성 관객들은 마치 그 자리에서 당장 기절이라도 할 듯 열렬히 환호했다.

Instyle상을 받기 위해 전지현이 등장했을 때 시상식장은 한 번 더 뒤집어졌다. 그녀가 무대로 걸어 나오자 관객들은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마치 그녀를 보기 위해 이 곳에 왔다는 듯 느슨했던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는 일제히 카메라를 꺼내 그녀를 향해 고정시키며 말했다. “아 드디어, 전지현!” 그녀가 이번 시상식의 ‘별’이자 현재 대중문화의 대세 중의 대세임을 보여주는 생생한 경험이었다.

물론 수상자들에게서만 대세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2부 오프닝을 맡은 유재석과 MC 신동엽은 연이은 방송사고를 재치 있는 입담을 통해 유쾌한 헤프닝으로 넘기는 노련한 모습을 보여주였다. 덕분에 관객들의 얼굴에선 방송사고에 대한 짜증스러움이 아닌 웃음이 묻어 났으며, 관객들로 하여금 “역시 유재석과 신동엽”이라는 평가를 하게 했다. 또한 축하무대에 선 EXO는 소녀팬들의 열광적 반응을 이끌어내며 가요계 대세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관객과 스타의 ‘밀회’, 그 방식

관객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와 재미있게 봤던 작품이 등장할 때마다 함성과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들은 열띤 분위기 속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에게 저마다 신호를 보내며 스타와의 만남을 즐겼다.

김보성의 의리(으리) 시리즈를 패러디한 DC유으리 갤러리의 현수막.

그 중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동시에 웃음을 선사한 관객들이 있었으니 조용히 객석 뒤편에 모여있던 20명 정도의 남녀들이 그 주인공이다. 식이 진행되는 내내 조용히 앉아있었던 이들은 영화부문 여자 인기상에서 소녀시대 유리가 등장하자 억누르고 있던 괴성을 폭발시키며 주위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들은 DC유리갤러리 유저들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김보성의 의리(으리) 시리즈를 패러디한 ‘권유으리와의 으리! 2년연속! 으리으리하다잉?!’란 내용의 현수막을 흔들며 그녀가 자신들을 봐줄 때까지 ‘유리야!’를 애타게 외쳤다.

배우 김수현의 인기는 현장을 통해 가장 체감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관객석 대부분이 김수현 팬이라고 할 정도로 그가 등장할 때 마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특히 ‘별그대’가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들썩이게 했다는 소식이 과장이 아닌 듯 김수현을 보기 위해 해외에서 찾아온 팬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해외 팬들은 자국의 언어로 제작된 현수막을 들고 김수현의 극중 이름인 ‘도민준씨(도민준xi)’를 어눌한 발음으로 연이어 불렀다. ‘도민준xi’는 김수현이 중국에서 본명보다 더 자주 불리는 호칭으로 ‘별그대’ 극 중 전지현이 김수현을 부를 때 “도민준씨”를 연호한 것에서 유래된 것이다. 극 중 천송이가 별로 사라진 도민준을 불렀듯 그녀들 또한 저 멀리서 별처럼 빛나는 ‘도민준xi’를 외치며 그에게 마음을 전달했다.

열정이 넘치는 관객과는 다르게 여린 소녀감성을 지닌 팬들도 볼 수 있었다. ‘수상한 그녀’에서 열연을 펼친 심은경이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에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눈물을 흘리며 무대를 걸어나왔다. 그러자 한 소녀 팬이 심은경이 극중 사용한 손수건과 비슷한 손수건을 흔들며 조용히 ‘울지마’ 를 외쳤다. ”심은경의 오래된 팬“이라고 밝힌 18살 소녀는 ”심은경이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해 매우 기쁘다“며 감격의 소감을 남겼다.

보려는 자, 매너를 지켜라 … ‘비매너들’

어디에나 매너 없는 행동으로 다른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비매너들’은 백상예술대상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그들은 이따금 시상식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며 다른 관객들의 눈총을 샀다.

이번 시상식은 티켓에 좌석번호가 지정되어 관객들이 정해진 자리에 앉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식이 시작하기 직전 “자리 못 찾으신 분들은 아무 자리에나 앉아달라.”라는 한 스텝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텝의 말에 자리를 찾기 위해 서성거리던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비어있던 앞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앞자리에 앉을 걸” “애초에 자리는 왜 정해놓은 거냐”와 같은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들의 불만은 시상식 1부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분란을 만들어냈다. 시상식이 시작한 뒤 입장한 관객들이 등장하면서부터였다. 30대로 보이는 한 무리의 여성들이 자신의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표를 보여주며 자리를 비켜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먼저 와 앉은 사람들이 “아무 자리에나 앉으라”던 스텝의 말을 인용하며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그러자 표를 쥔 그녀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스텝에게 “돈 주고 산 자리인데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항의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들은 배우 정우가 TV부문 남자신인상을 타고 눈물의 수상소감을 하는 내내 승강이를 벌였고 그 때문에 주위의 관객들은 수상자의 감격에 함께 빠져 들지 못하고 시선을 낭비해야 했다.

다른 사람의 자리를 차지한 관객이 있었던 반면, 자신의 자리를 버리고 뛰쳐나간 관객들도 있었다. 주로 앞서 열거했던 ‘대세’들이 등장할 때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몇몇 관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나올 때마다 앞으로 뛰쳐나가 뒤에 앉은 사람의 시야를 가렸다. 혹은 아예 앞쪽 통로와 계단에 앉아 관람하는 관객도 있었는데, ‘대세 스타’가 등장해 팬들이 앞으로 쏠릴 때마다 그 두 무리가 충돌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였다.

또 식이 끝나기도 전에 퇴장하여 스타들을 허무하게 만드는 관객들도 존재했다. 특정 스타만을 보기 위해 모인 팬들은 더 이상 그 스타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였는지 우르르 퇴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일찍 퇴장하는 관객들도 있었다. 영화부문 대상을 수상한 송강호는 수상소감 첫 부분에서 “지금 퇴장하시는 분들은 왜 나가시는 지 모르겠네요.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라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한은지 기자 eunji5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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